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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Sep 01. 2020

재무제표 난독증

한번 더하면 잘할 것 같은 경영

어떤 중소기업 사장이 매 달 손익을 결산한다고 하길래 참 잘하시는 거라고 칭찬해줬다. 그런데 한 달 동안 들어오고 나간 현금의 차액만 보면 손익 여부를 알수 있다고 해서 실소한 적이 있다. 그 달에 손해가 나도, 전에 판 외상대금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돈을 번 거고, 장사해서 꽤 많이 남겼어도 마침 세금이나 몇 달 밀린 물품대를 갚으면 밑진 걸로 된다. 말하자면 극단적인 현금주의 방식이다. 게다가 그 양반은 창고에 쌓인 원자재를 육안으로 훑어보고 모자라 보이면 새로 주문한다는 데, 마침 그 창고가 기역 자로 되어있다고... 사각에 있어서 눈에 안 보이는 재고를 자꾸 사들이게 된다는... 물론 이런 경영자는 거의 없다. 좌우지간 그 회사는 그렇게 해도 사업이 번창한다고 하니 할 말은 없다.




회사가 튼튼한지, 잘 돌아가는지 살펴보는 경영 분석은 수익성과 건전성 분석으로 나누는데, 회계원칙에 따라 만든 보고서를 보고 판단한다. 이를 재무제표라고 하는데 사람으로 치면 건강진단서에 해당하고 회사의 재무 상황을 점검하는 계기판 역할을 한다. 손익계산서를 보면 채산성은 나오지만, 지금 갚아야 할 돈  받을 돈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자산과 부채의 변동을 알려주는 대차대조표를 옆에 같이 놓고 본다. 외상매출금이 얼마나 늘었는지, 썩고 있는 재고자산 가치를 눈으로 보면, 다음 주 회의에서 누구를 먼저 볶아야 할지 순서가 잡힌다. 현금 흐름표를 보고 한 달 견딜 실탄(현금)이 확보되어 있는지, 그래서 다음 주 직원들 줄 월급 걱정은 안 해도 되는지를 판단한다. 아니면 빨리 나가서 돈을 꾸든지 외상값을 걷어오라고 비상을 걸어야 한다.


경영자는 재무제표를 자주 그리고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감으로 잡고 있는 회사의 경영 상태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게 좋다. 줄곧 영업만 하다 회사 경영을 맡게 된 사장도 예외가 아니다. 재무제표를 손수 작성하지는 못할 망정 해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경영자의 재무 이해도가 높으면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부문별 독립채산제를 확장해서 주요 고객별로 채산성을 따져 본다. 고객별로 영업자 인건비, 사후 서비스 비용 등을 감안한 후에 따져보면, 매출만 컸지 실속이 없는 고객과 기여 이익이 많은 알짜 고객을 가려낼 수 있다. 관리부서에서 올린 보고서와 경영자가 (가중치를 이리저리 조정하는 등) 참견해서 얻은 결과치는 활용도에 있어 차이가 크다. 그걸 보고 전략 고객의 지정, 영업 자원의 재분배, 대 고객 마케팅 비용의 조정 등 경영 판단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매출액 대비 이익만 보고 안심할 게 아니라, 투자 자본 대비 수익률 (ROI) 도 들여다보세요! 

그러면 왜 회사 차를 사는 대신 렌트를 하는지 이해가 간다. 사옥을 번드르르 져서 폼 재는 것보다 사무실을 임대해서 쓰는 게 현명하다는 것도... 재고 관리 비용을 따로 뽑아 보면, 일 년 전에 들어온 채로 여태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재고를 땅에 파묻는 게 낫다는 말이 꼭 홧김에 하는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재무 상황은 직원들과도 공유하는 게 좋다. 손익과 자산현황을 공개하는 걸 주저하는 경영자들이 있는데, 회사의 상태가 워낙 심각하든지,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게 있지 않은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 회사의 재무 상황을 같이 이해함으로써 동료를 동지로 만드는 계기도 된다. 무엇보다, 함께 고생하는 직원들과 그 성과를 공유하는 건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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