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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Sep 02. 2020

돈 관리는 경리가 알아서 한다고요?

관리      이렇게 경영하면 회사 문 닫는다     


돈 관리는 경리에서 알아서 한다는 말은, 마치 축구 시합에서 골은 골키퍼가 알아서 막기로 했다는 거와 같다. 돈 관리는 총무나 구매처럼 실무팀에서 전담할 일이 아니다. 기업은 돈을 들여서 더 큰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므로, 최고 책임자가 그 돈을 관리하는 게 마땅하다. 실무팀은 장부 기장, 자금의 집행, 그리고 세무행정 등을 맡을 뿐이다.


중소기업 중에는 사업주의 부인이 '실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돈 관리를 도맡는 경우가 있다. 일견 안전하고 경제적인 대안으로 보이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가정에서는 살림을 하는 안주인이 돈 씀씀이를 알뜰하게 관리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기업은 다르다. 지속적으로 신규 사업을 구상하고 투자해야 생존하는 기업 현장에서, 시장 돌아가는 걸 잘 모르는 '사모님'이 돈을 움켜쥐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 회사 운영이 힘들어진다. 회사의 중요 투자 결정 사안이 사장 부부간의 파워 구도에 좌우되면 곤란하다.


벼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라듯이 돈도 경영자의 관심 속에 불어난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돈 관리'의 모양은 지출 전표 결재에서부터, 자금 조달과 집행 우선순위 결정, 현금흐름 분석까지 폭이 넓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경영자는 돈에서 손을 놓으면 안 된다. 필자가 해외 법인장으로 부임했을 때도, 돈 나가는 걸 일일이 승인하면서 겨우 회사 돌아가는 걸 알게 되었다. 입출금을 승인하는 전표를 들여다보면서, 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대강 윤곽이 그려진다.


전표는 입출금뿐 아니라 매출 매입의 증빙이자 승인서도 된다. 또 거래에 대한 계정의 적용이 제대로 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창고에서 출고량이 많아서 고용한 일용직 임금을 원가로 집어넣지 않고, 직원들 월급처럼 고정비에 잘못 적용했는지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오류가 쌓이면 과장된 고정비 ( 오버헤드)를 바로잡는다고 애꿎은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정가에서 할인해서 판 물건의 판가를 정가로 할지 할인 후 실제 출고가로 계상할지 여부도 회계원칙뿐 아니라 경영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 전표는 여러 재무제표의 기초 자료이므로 적절하지 않게 계상된 거래는 경영자의 재무적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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