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로망이 있나요?

by 엄달꼬달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나이쯤 인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를 다니다 보면 스텐실이나 포크아트 공방이 종종 있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예쁜 소품이 놓여 있고, 안에서는 큰 테이블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어린 나의 눈에는 이곳이 바로 동화 속 공간이었다. 유리벽 넘어 세상에는 예쁜 꽃 모양, 귀여운 캐릭터 등이 그려진 물건들로 가득했다. 그 공방 안에서 특히 눈이 가는 물건은 어두운 녹색 빛깔 엔틱 프렌치 책상이었다. 어디서 본 적 없는 다른 세상의 물건.


공방 앞을 지나갈 때마다 저런 물건을 만들고 소유할 수 있다면 나도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공방을 갖고 싶다는 로망이 생긴 것이다.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예쁜 공방 안에서 조용히 혼자 하는 작업이라는 것. 무언가 완성을 위해 만드는 일 한 가지에 몰입한다는 것. 내 손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 좋았다.


시간을 돌려보니 벌써 25년도 넘는 기억의 덩어리다. 세월이 야속하게 빨리도 흘렀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날들이었다.


큰 부자가 된다던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상을 별로 해본 적 없이 살았다. 소박해서 이 정도는 가능하겠지 하며 살아왔지만 꿈은 그냥 꿈으로 남아있다.


바쁘게는 살았던 거 같은데 왜 아직도 이룬 것 하나 없이 빈손이라는 느낌인 걸까.

그냥 철없던 시절 철없는 생각이었다고 지나쳐도 되는데 왠지 모를 이 찜찜함과 알 수 없는 쓸쓸함 같은 이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느덧 마흔이 넘는 나이가 되었다. 늦은 듯 늦지 않은 나이. 거침없이 시작하기에는 주춤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포자기하기에는 이른 나이. 지금 그런 어중간한 나이 시계가 흘러가고 있다.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어디서 오는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선선한 이른 가을바람이 부는 날처럼.


더 늦기 전에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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