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취미생활, 가죽공예

슬기로운 취미생활 이야기

by 엄달꼬달

나의 기억 속 어딘가 넣어두었던 로망이 내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예쁜 공방을 갖고 싶다는 로망. 하루 종일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에만 몰두하며 그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지난날 한 달만에 그만두었던 취미들이 여럿이었다. 한 가지를 오래 못하는 내 변덕으로 쉽게 시작했다, 쉽게 끝내버리고는 했다.


이제 좀 진득하게 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을 무렵 내 마음을 설레가 만든 것은 비누공예였다. 한참 비누공예 유튜브를 즐겨보고 있었는데 내가 생각해 오던 단순 비누가 아니었다. 비누 안에 멋진 그림을 그려 넣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수박 모양, 케이크 모양은 기본이고, 눈 내리는 겨울 풍경에서 해 질 녘 풍경까지.


감히 비누를 비누라 부르지 못할 신세계였다. 거품을 내서 세안용으로 사용하는 비누 본래의 기능은 사라지고, 너무나 작고 예쁜 소품의 탄생이었다.


그런데 비누공예에 빠져 유튜브를 보다가 이게 정말 최선의 선택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냥 단순히 비누가 너무 예뻐서 선택을 한다는 게 망설여졌다. 단순 취미일 뿐인데 새로운 시작이란 사실에 나는 주춤했다. 20대에 나처럼 겁 없이 도전하고 수강 등록을 해버릴 수 없었다.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고, 시간이 부족하다. 현재의 나는 이제 하루 24시간 중에 나만을 위해 쓰는 시간은 적어졌을 뿐만 아니라. 나의 시간이 없는 날도 많았다. 내 스케줄이 내가 아닌 남편이나 아이로 인해 변동되기 일쑤였다.


신중하고 싶어졌다. 취미 하나 시작하는데 이렇게 고민하고 조심스러울 수가. 이것도 나이 먹은 탓일까.

정말 오래오래 만나고 싶은 좋은 친구를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는 화려한 불꽃보다 은은하게 따뜻함이 오래가는 숯불 같으면 좋겠다고.


나의 성격과 잘 맞고 싫증을 잘 내는 내가 질리지 않으며 쉽게 포기하지 않을 그런 것을 찾아야 했다.

너무나 예뻐 나의 눈을 반짝이게 하던 비누공예를 뒤로 하고, 가죽공예를 배워보기로 마음을 잡았다.

유행을 많이 타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취미생활에도 공예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다. 어릴 적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포크아트는 옛날처럼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 집 주변에 있던 공방들이 하나둘 사라져 버린 것을 보면 그렇다.


변화하는 유행의 흐름에도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싶었다. 10년 후에 20년 후에 혹시나 내가 공방을 차리게 될 때도 사람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취미였으면 하는 것이다.


가죽공예는 가죽을 가지고 소품을 만드는 데, 가죽은 아주 오랜 시간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였다. 키홀더, 지갑, 가방 등 실생활에 쓰는 필수품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지속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갑이나 가방 등의 디자인의 유행은 있겠지만 명품가방이 그렇듯 가죽이라는 소재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임이 분명했다.


타고난 감각보다 기술을 배운다는 점이 좋았다.

사람들의 취미생활을 보면 운동, 음악, 미술 등의 다양한 분야가 있다. 운동, 춤, 음악 등은 현재 이 활동을 통해 즐긴다는 특징이 있다.


나의 경우는 무엇을 만들어 실질적인 물건을 소장하는 것에 매력에 더 끌린다. 오랜 시간을 갖고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많은 활동보다 차분히 앉아서 하는 활동이 더 체질에 맞는다.


미술분야를 보면 그림을 그리는 활동은 타고난 감각이 즉 소질이 있어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아무리 취미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소질이 있는 사람은 배움도 빠르고 더 빨리 즐길 수 있는 단계에 올라갈 수 있다. 한때 그림이 좋아서 미술학원에도 다녔지만 타고난 소질이 없다 보니 기초를 배우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흔히 사람들은 “초보자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요” 하고 유혹하지만, 세상에 무엇하나 쉬운 것은 없다. 잠깐 한 달 두 달 정도 배웠던 포크아트, 퀄트, 캘리그래피 등도 나에게 즐거움보다 좌절감을 일찍이 알려주었다.

그래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이 공예분야였다. 당연히 이 분야도 타고난 예술적 감각이나 손재주가 있다면 습득도 빠르고 발전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다.


가죽공예는 도구를 사용한 기술을 배운다는 느낌이 들었다. 칼이나 망치 등의 도구를 사용하여 튼튼하고 깔끔한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을 만들어 내는 부분이 좋았다.


도구 사용을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이 연습해서 숙련도를 높이느냐가 포인트가 된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실력을 키워 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가죽공예가 쉬운 분야는 아니다. 소질과 노력을 나눈다면 노력이 조금 더 큰 부분이지 않을까 나 스스로 조심스럽게 판단해 본 것이다.


남자들도 많이 배우는 공예라 나의 성격과 잘 맞을 거 같았다.

취미생활을 시작해 보겠다고 이것저것을 찾아보면 여자들이 다수를 이루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센터 강좌들을 보면 홈패션, 플라워 관련, 페이퍼 아트 등, 요즘 인기가 많은 비누공예, 캔들 공예 쪽도 여자들이 많이 배운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물건들. 물론 나도 예쁜 물건들이 좋지만 내 손도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난 타고난 성향이 여성스러운 편은 아니다. 외모를 예쁘게 치장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 평소 화장도 진하게 하지 않는다. 화려함보다 깔끔하고 단정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고, 작은 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 가끔은 털털하다는 말도 듣는다.


내가 유튜브를 보다 보니 가죽공예는 남자 유튜버들이 많았다. 내가 수업을 듣고자 찾아간 공방도 남자 선생님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내 짐작에 손이 섬세한 남자들이 많이 하는 취미인 모양이다. 도구를 이용해 물건을 만든다는 부분이 남자 성향과 어울리는 듯하다. 남자아이들이 선호하는 공구놀이 장난감이 떠올랐다. 남자들이 많이 하는 취미라면 왠지 나랑 맞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해 봤다.

단순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떤 공예를 시작해 배우면 훗날 직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당장 하는 일을 때려치우고 공방을 차릴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 퇴직을 한 후에는 취미생활이 되었든 직업이 되었든 공방을 하나 차리는 게 나의 작은 바람 중에 하나다.


은퇴를 한 후에도 일은 필요하다. 손으로 하는 일이라면 정년은 없을 것이다. 공방을 운영하며 클래스를 열어도 좋고, 가죽 소품 등을 만들어 파는 것도 좋을 것이다.


텔레비전 속 프로그램을 보면 수공예 자전거나 수공예 안경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기술로 나의 가게를 찾아주는 소소한 손님들을 만나고 싶다.

아주 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나름 고민을 해서 가죽공예를 시작해 보겠다고 결정을 하게 되었다. 정말 가죽공예가 나랑 잘 맞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시작해서 직접 배우 보기 전에는. 또 도전할 수밖에.


이번에는 오래도록 함께해줄 친구 같은 취미생활을 해내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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