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이 있다
가죽공예 입문, 가죽 가방을 만들다
요즘 당차게 시작한 나의 취미생활은 가죽공예를 배우는 것이다. 가죽공예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워밍업반을 마치고 정규반으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가방 만들기 도전은 I자 패턴 클러치다. A4 정도 크기 네모 반듯한 모양의 가방을 만드는 것.
공방 선생님은 지난주 수업이 끝나갈 무렵 숙제를 내주셨다. 만들고 싶은 가방 모양을 5개 정도 찾아오면 되는 간단한 숙제였다.
일주일이 지나고 가죽공예 수업 날이 돌아왔다. 나는 선생님에게 내가 찾아온 가방들 이미지를 보여주며 들떠 있었다.
진짜 디자이너라도 된 듯 선생님과 만들 가방에 대해 디자인, 크기에 대해 상의를 했다. 공방 안에 수업용 샘플 가방들을 참고하며 치수도 정했다.
우선 가죽 가방 제작에 앞서 패턴을 만들어야 했다. 종이 위에 실물 크기의 가방 모양을 그려내면 되었다. 패턴 종이가 정확하게 만들어져야 최종 가죽 가방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지난 시간에도 패턴 작업 연습을 했었다. 방법은 쉬웠다. 종이에 중심을 정하고 치수에 맞게 칼로 종이를 자르면 된다. 이때 종이에 선을 긋지 않고 잘라야 되는 치수만큼 칼로 칼집을 내어 종이를 잘라야 했다.
몇 번을 종이를 잘라도 내가 잘라낸 패턴은 치수가 맞지 않았다. 0.1cm 이상 오차가 계속 발생했다. 아니면 종이 단면이 일정하게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했다.
선생님은 실수를 줄이는 방법도 상세히 알려주셨다. 자로 치수를 보고 표시할 때 정확한 방향 보기, 반듯하고 천천히 내려야 하는 칼질 등.
하지만 가방을 당장 만들고 싶은 내 마음과는 달리 내 손은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릿속은 하얀 겨울이 되었다. 치수를 더하거나 빼는 간단한 암산도 잘 되지 않아 핸드폰 계산기를 열었다.
결과물은 계속 오차가 났다. 선생님은 5분이면 만들어낼 종이 패턴들을 나는 30분 이상 끙끙 되며 잘랐다. 머리 뒷골이 당겨 왔다
나는 나 자신을 구박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못하는 거지. 아, 짜증 나.’
‘선생님이 이것도 못 자른다고 속으로 욕하시겠지. 얼마나 답답하다고 생각하실까.’
‘이거 종이 하나 못 잘라서 가죽공예를 포기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비웃겠지. 한심하군.’
나는 이 종이가 뭐라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한다. 새 물건을 구입하는 쇼핑보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경험을 통해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과 만난다는 느낌이 좋다. 새로운 경험은 내가 성장한다는 느낌을 준다.
매번 망설임 없이 시작은 하지만, 배우는 과정을 즐기지 못했다. 당장 숙련자처럼 잘해 내고 싶은 마음이 늘 문제였다. 새로운 것을 배우며 느끼는 낯설고 어색한 기분이 싫었다.
더욱이 다른 사람에게 서투른 모습을 보인다는 건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내가 못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처음 놓인 상황에서도 무엇이든 뚝딱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오래 걸려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죠.”
예민해 있는 나를 느끼셨는지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 공방 안에는 선생님하고 나 단 둘 뿐이다. 더욱이 선생님은 이 가죽공예를 10년 넘게 해 오신 분이다. 내가 가죽공예에 타고난 소질을 갖고 있다 한들 선생님보다 잘할 수는 없다. 나는 가죽공예를 배우러 온 것이지 처음부터 잘하는 모습을 뽐내러 여길 온 것이 아니다.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삐뚤어진 패턴을 만들어 삐뚤어진 가방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나를 책망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자신을 위로했다. ‘실수해도 괜찮아.’
‘저 못하겠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 냈다. 2번, 3번 종이를 자르고 또 잘랐다. 칼 끝에 집중을 했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방법들도 머리에 반복해 되뇌었다.
다음에는 더 잘할 거라고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실수에 너그러운 마음이 나에게는 부족했다. 남에게는 관대하면서 나에게는 늘 채찍질을 했다. 포기할때 포기하더라도 가방 하나는 만들어내고 포기해도 늦지 않다.
좀 못하면 어떠한가? 삐뚤어진 가방이면 어떤가?
나의 손이 익숙해져 가는 단계 단계에 집중하자. 용기를 내자. 과정을 즐기면 어떤 결과도 받아 드릴 수 있다. 내가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 어설픈 나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