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가장 기다리는 요일은 당연 가죽공예 수업이 있는 날이다. 새로운 충전이 필요하다며 과감히 휴직을 내면서 새로운 도전을 가죽공예로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코로나 여파로 수업을 한 주 쉬고 공방을 찾았다. 선생님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시는데 나는 2주 만에 온 공방에서 살짝 낯섦을 느꼈다.
선생님은 만들다만 카드지갑의 가죽 조각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놓으셨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디까지 만들다 말았는지. 앞으로 무슨 작업을 이어나가야 하는지. 정말로 내 머릿속에 지우개라도 있는 모양이구나 싶었다.
지난 시간 내 카드지갑의 진행상황은 패턴을 따라 가죽 및 보강재 등을 오리고, 본드칠을 하여 가죽과 보강재 조각을 붙여 나가고 있었다.
선생님은 만들다만 가죽 조각을 마저 본드칠을 하셨다. 만들다만 가죽 조각들은 바느질을 하기 전에 치즐로 바느질 구멍을 만들어야 했다. (치즐:가죽에 바느질 구멍을 내는 도구)
선생님은 나에게 치즐과 망치를 넘겨주시는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선생님. 기억이 안 나요? 어쩌죠?”
“망치질은 직접 하셔야 해요. 해 보세요. 안되면 도와드릴게요.”
나는 왼손으로 치즐을 잡고 가죽 위에 오려놓고, 오른손에는 망치를 잡아보았다.
‘어떻게 했더라.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
뚝딱뚝딱 쾅쾅.
어라, 손이 움직인다. 머리는 기억이 안 나는데 손은 기억하고 있었다. 몸에 익는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내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나는 조금씩 떠듬떠듬 잃어버렸던 도구 사용법을 떠올려 나갔다.
그다음은 바느질을 했다. 양손을 사용해야 하는 바느질은 아직 초보인 나에게는 더딘 작업이었다. 양손을 동시에 사용해 빠르게 바느질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른손이 지나가면 왼손은 쉬고, 왼손이 지나가면 오른손이 기다려주는 식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실이 엉키거나 바늘땀 모양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죽지갑 안쪽 부분 바느질이 정리가 될 무렵 가죽공예 수업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선생님은 나머지 바느질은 집에 가서 해오라며 숙제를 내주셨다.
가죽공방에 오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 정해진 1회 수업시간은 3시간. 어쩌면 꽤 긴 시간인데 가죽공방에 있으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그 3시간 동안 화장실 한번 다녀오지도 않고, 핸드폰으로 딴짓을 하는 일도 없다. 공방 안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한 두 번 쳐다보는 정도.
공방에 오면 손은 바쁘지만 머릿속은 조용해진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나는 휴직을 하면 회사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줄어 엄청 마음이 편안해 질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육아를 하는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늘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살아가는 일상에서 오는 고충들이 있었다.
심심하면 만지는 핸드폰에서 무심히 읽어 내려가는 인터넷 기사들, 카페 정보들, 유튜브를 보거나, 또는 오디오북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나은 내일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하지만, 머리는 계속 쉬지 못하고 혹사당한다.
내가 만들어낸 걱정과 잡생각들도 문제지만 가끔은 뇌에 너무 많은 것을 구겨 넣으려고 애쓰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공방은 머리가 쉬는 시간이다. 옛말에 머리가 나쁘면 손이 바쁘다고 하지 않았던가. 머리 쓰는 대신 손을 쓰는 시간을 가져보자. 지방에 사는 나는 잘 몰랐는데 공방 선생님 말로는 서울에서는 공방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고, 더 바쁘고 복잡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공방을 찾는다고. 그들은 쉬기 위해 공방을 찾는다고.
쉬는 시간 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취미를 가져보자.
가죽공예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