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공예, 첫 수업, 단순한 배움을 넘어서
마음이 쉬는 공간 &
가죽공예 수업 첫날!!
가죽공예의 첫 만남이 잔뜩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들기도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두려움이다. 처음이라 잘 알지 못해서 생겨나는 낯섦의 거부반응.
결정했다면 망설이는 건 정말 의미 없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용기를 내 문손잡이를 꼭 잡고, 공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죽공예 입문반으로 수강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방을 만들기 전에 기본적인 도구 사용법 및 기초 작업들을 배우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죽 칼 사용법, 가죽을 절단한 면을 정리하는 엣지코트 작업, 가죽과 가죽을 잇는 본드칠 및 바느질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가죽 칼을 다루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선생님은 가죽 칼을 사용법을 알려주시고 두께 및 특성이 다른 가죽을 자르는 연습을 시키셨다.
하지만 아무리 칼질을 해보아도 가죽이 덜 잘리거나 가죽 끝이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하게 잘리기 일쑤였다.
“제가 손에 힘이 너무 없나 봐요.”
나는 속으로 남자들이 많이 하는 공예라 역시 내가 배우기는 무리였나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손의 힘보다 어깨의 힘을 이용하셔야 해요.”
“누가 저에게 너는 손에 힘도 없고, 피부도 약한 애가 무슨 가죽공예를 배운다고 하냐고 핀잔을 주었는데 그게 맞나 봐요. 가죽 자르는 거 하나 쉽지 않네요.”
“저는 남자지만 손에 힘이 많지는 않아요. 연습하다 보면 좋아져요. 그리고 오늘은 제가 연습하시라고 조금 두께감 있는 가죽으로 드린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설명을 계속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손목이 아니고 어깨, 어깨’
나는 칼끝에 시선을 두고, 어깨에 힘을 실어 가죽을 잘라나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혼자 낑낑 되며 연습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왠지 뿌듯함을 스스로 느끼며 기분이 좋아졌다.
“선생님. 이제 좀 아까보다는 잘 잘리네요.”
“힘으로 하는 게 아니고, 기술로 하는 거예요. 힘이 세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에요. 상황에 맞는 힘 조절이 중요한 거죠.”
아... 그랬다. 힘이 적은 것이 문제가 되거나 많은 것이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가죽에 재질을 파악하고, 적당한 힘 조절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한 것이다. 짧은 나의 생각을 선생님은 꿰뚫어 보신 것일까?
“감“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감은 한두 번 칼질로 생기지는 않을 일이다. 선생님의 능숙한 칼질은 많은 가죽제품을 제작한 경험과 수강생들을 가르치면서 생긴 노하우가 쌓이면서 빛을 발하게 된 결과 일터. 나는 선생님의 손 움직임을 보며, 나도 그런 기술을 갖고 싶다 생각했다.
첫날 수업이 정신없이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나는 선생님께 웃으며 말했다.
“제가 잘못해도 무조건 잘한다고 해주세요. 제가 끈기가 부족해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게.”
“그런 건 걱정 마세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도록 하세요. 실수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이고. 실수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드리는 게 제 일인걸요.”
지금은 어색한 가죽 칼과 어색함을 넘어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우린 쓱쓱쓱 한 몸처럼 움직이는 날도 올 것이다.
그건 마치 오래되어 낡았지만 내 발에 꼭 맞는 운동화처럼 편안함 일 수도 있다. 결혼 전 잠꾸러기였던 내가 육아를 시작하면서 알람이 없어도 6시면 눈을 뜨는 습관처럼 익숙함일지도. 아니면 커피콩을 타지 않게 원하는 상태로 적당히 알맞게 볶아 내는 노련함 일지도 모른다.
가죽공방 선생님의 칼질은 기술이다. 편안함, 익숙함, 노련함이 숙성된 기술.
첫 수업을 끝내고 공방을 나온 나의 얼굴에는 불안함은 사라지고, 미소까지 얼핏 보였다. 선생님이 내 실수를 여유 있게 바라봐주시는 시선에 부드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 걱정이 많고 불안함이 큰 이유는 타고난 성향도 있겠지만, 살다 보면 차가운 시선을 만나는 일들을 많이 겪게 되기 때문이다.
어릴 적 작은 실수에도 큰 꾸지람을 하던 어른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나를 놀리던 아이들. 성인이 되어서는 실수라도 하면 무슨 큰일이 날 듯 걱정했던 사무실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상사들이 알면 혼날까, 외부인들이 알면 난리 치지 않을까.
요즘 사람들이 취미생활을 즐기고, 공방에 찾아오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르고 다양할 것이다. 공예를 배운다는 단순한 배움이라는 즐거움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마음 편한 공간의 그리움과 피곤한 관계와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