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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달꼬달 Nov 15. 2022

친구 없는 우리 아이, 엄마도 친구가 없다?

달팽이 엄마의 새 친구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단체톡이 왔다. 결혼 전에는 꽤 나 어울리며 지냈던 친구들이었는데 거의 3년 만이다.     

대학교 동아리 활동에서 만난 친구들은 20년 가까이 알고 지내온 사이들이다. 그래도 결혼 초반까지는 연락도 자주 하고, 육아로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친구들이 찾아와 주기도 했다.     


코로나 탓인지 그냥 다들 사는 게 바쁜 게 문제였는지 점점 연락은 뜸해졌다. 가끔은 친구들과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했다. 잘들 지내고 있나 궁금하고도 했지만 아무 소식 없는 것이 별 탈없이 지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처럼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다 같이 모이는 일은 앞으로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 중 누군가가 긴 침묵을 깨고 3년 만에 6명 모두 모여보자는 연락을 시도한 것이다.

      

아무도 시간이 안 된다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아무 말 못 한 채 무언의 동참을 표시했다.     


3년 만의 모임에 대한 진짜 내 마음은 반반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오랜만에 친구들이 보고 싶기도 했다. 매년 여행도 같이 다녔기에 추억도 많았다. 누군가는 가족을 떠나보냈고, 누군가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슬픔과 즐거움을 우린 함께 했다. 치열한 세상살이가 힘들다며 늦은 밤까지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느 정도 철이 든 20대에 만난 친구들이라 그랬을까. 나의 2~30대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 마음 안에는 모임이 그냥 자연스레 흐지부지 되길 바라고 있다.     


친구들을 만나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육아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것이다. 다른 친구의 아이는 꼬달이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더 빠른 언어 수준과 발달 수준일 것이다. 나는 또 그런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은 척 들어야 할 것이다.      


또 분명 누군가는 꼬달이의 안부를 물을 것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뭐라 대답을 해야 할까? 솔직히 주변 사람들에게 꼬달이의 상황을 이야기하기가 꺼려진다.      


모임에 나갔을 때 내가 꼬달이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나는 뜸 구름 같은 기분으로 자리에 앉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나는 걱정 없이 무탈하게 살고 있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뜰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을 보러 온 관객처럼 말이다.          


만약 내가 친구들에게 꼬달이의 상황을 이야기한다면 분위기는 나로 인해 썰렁해질지도 모르겠다. 나를 걱정하며 불쌍하게 볼 친구들의 눈빛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누구는 진심으로 걱정할 것이고, 누구는 자기 위안을 느낄 것이다. 나에게 오지 않은 불행에 대해 감사할지도 모른다.      


내가 꼬달이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흔들리는 눈빛 없이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당차게 모임이 나가겠지만 아직은 자신이 없다.     


우리 꼬달이는 친구가 없다. 또래보다 언어가 느리고 사회성이 부족한 꼬달이에게는 아직 친구가 없다. 담임선생님 이름은 정확히 알고 담임선생님이 없는 날은 담임이 보고 싶다고 말도 하지만 꼬달이에게 또래 친구들은 담임선생님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친구 없는 아이 탓에 엄마도 친구가 없어진다?     


하지만 나는 꼬달이 덕에 새로운 관계를 얻었다. 어린이집을 통해 알게 된 달팽이 엄마들이다. 누구보다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를 위해 매일 노력하는 대단한 엄마들.     


달팽이 엄마들을 만나면 그 열정에 나도 힘을 얻는다. 느린 걸음을 같이 가는 동지가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덜 외롭기도 하다. 꼬달이에게도 좋은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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