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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달꼬달 Jan 18. 2023

사람 좋아하는 자폐스펙트럼(ASD)

부끄러움과 사과는 엄마의 몫이다

꼬달이가 놀이터를 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놀이터 가는 자체가 좋은 것도 있지만 놀이터에 가면 또래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열심히 쫓아다니지만 재빠른 누나 형들은 꼬달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킥보드를 타고 온 친구에게 달려가 킥보드를 타겠다고 매달거나, 줄넘기하는 누나를 보면 자기도 하겠다며 말도 없이 줄을 잡는다.     


놀이터에 가면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 그네다. 아이들은 많은데 탈 수 있는 자리는 두 개뿐이니 늘 경쟁이 치열하다.      


꼬달이는 그네를 타고 싶은 마음과 그네를 타고 있는 친구가 좋아 무작정 그네로 달려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가는 꼬달이를 간신히 붙들고 말한다.      


“그네에 친구가 먼저 타고 있네. 친구 다 탈 때까지 기다리자. 미끄럼틀 타면서 기다리자.”     


간신히 꼬달이를 다른 곳으로 돌려보지만 미끄럼틀 한번, 시소 한 번을 탄다. 이미 꼬달이의 마음과 눈은 그네에서 가 있다.      


꼬달이는 다시 그네를 타겠다고 매달리고 꼬달이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누나들은 꼬달이에게 그네를 양보해 주고 다른 곳으로 갔다.     


어느 날은 미용실에 갔는데 아빠와 머리를 자르러 온 남자아이 2명을 만났다. 

     

아빠가 머리를 깎는 동안 머리를 다 자른 남자아이들은 미용실 한쪽 의자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둘이 앉기에도 작은 의자였는데 다른 의자도 있건만 굳이 남자아이들이 있는 의자에 앉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는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 옆에 딱 붙어 앉아보는 꼬달이. 다행히 남자아이들은 티브이에 빠져있어 꼬달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날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키즈카페에 갔다. 키즈카페 안에는 할아버지와 손녀로 보이는 여자아이뿐이었다. 역시나 여자아이를 졸졸 쫓아다니는 꼬달이. 여자아이를 쫓아다니기는 하나 크게 문제 될 상황은 아닌 것 같아 제지는 하지 않았다.      


눈치가 빠른 여자아이는 자기보다 큰 꼬달이가 자기를 계속 쫓아다닌다고 느껴 살짝 신경 쓸 수도 있는 상황. 멀리서 여자아이를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눈치도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서 벌어졌다. 여자아이가 잠시 쉬면서 할아버지 핸드폰을 보았다. 꼬달이는 빛의 속도로 달려가 여자아이 옆에 앉았다. 핸드폰의 유혹은 너무 참기 어려웠나 보다.      


얼른 사과를 하고 꼬달이를 붙들고 안된다고 알려줬다. 그렇다고 꼬달이의 관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 잠시 후 우린 키즈카페를 나왔다.     


하루는 발달센터를 갔다. 꼬달이보다 형으로 보이는 아이가 뽀로로 피규어를 갖고 놀고 있었다. 불안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꼬달이는 그 형을 보고는 따라 옆에 바짝 다가갔다.   

   

형으로 보이는 아이는 자기를 신경 쓰게 만드는 꼬달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몇 살이니?” 꼬달이는 답이 없다.      


아이는 부담스럽게 자신 옆에 다가오는 꼬달이가 대답도 하지 않으니 더 이상하다 느꼈을 것이다. 이 어색한 상황에서 결국 꼬달이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주변을 얼쩡거리다 형으로 보이는 아이의 발을 밟은 것이다. 물어도 대답도 안 하는 녀석이 자기 발까지 밟았으니 화가 난 아이는 꼬달이를 노려봤다.     


“미안해, 미안해. 괜찮니?” 사고는 꼬달이가 쳤지만 사과는 엄마가 했다. 꼬달이는 이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그날 새로 발견한 점이 있다. 꼬달이는 어딜 가도 실내용 실내화를 신지 않는다. 하지만 센터에서 만난 형이 신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실내용 실내화를 꺼내 신었다. 기특하다 생각한 것도 잠시 금방 실내화를 벗어던졌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모르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꼬달이.      


자폐스펙트럼(ASD) 아이에게 눈치를 가르친다고 길러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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