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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달꼬달 Feb 24. 2023

아이가 졸업하는데 엄마가 눈물이 난다

오늘은 꼬달이의 어린이집 졸업식이다. 졸업은 꼬달이가 하는데 왜 내 마음이 이리도 허한 걸까? 단지 어린이집을 2년 8개월을 다녔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어린이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일반 어린이집에서 적응이 어렵던 꼬달이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던 선생님들의 얼굴이 아직도 아련하다.      


매일 꼬달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그림을 뽑아 주셨던 첫 담임 선생님. 이 선생님을 만나 꼬달이의 배변훈련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기저귀를 떼야하는 시기는 한참을 지나가고 있었지만 아직 말이 터지지 않았던 꼬달이에게 배변훈련은 나에게는 너무나 큰 숙제였다.  

    

어린이집을 다닌 지 한 달쯤 지나 용기 내어 담임선생님께 배변훈련을 부탁드렸다. 이전 어린이집 선생님은 꼬달이가 아직 말을 못 한다며 단칼에 거절하셨다.


새 담임 선생님은 망설이 따위 없이 꼬달이가 배변훈련 잘할 수 있을 거라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만나게 된 지금 담임선생님은 2년간 꼬달이를 알뜰하게 보살펴 주셨다. 꼬달이에게 제2의 엄마라고 해도 될 정도.  

    

내가 특수학교와 일반 학교 중에 고민할 때도 꼬달이는 충분히 일반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용기 주셨다.


학교 보낼 생각에 걱정이 많다고 하니 가정에서 하는 활동을 알려달라고 하시며, 내가 부탁하기도 전에 어린이집에서 같이 해주시겠다고 먼저 말씀해 주셨다.      


꼬달이의 학교준비는 작년 7살에 늦게 시작되었다. 7살이지만 연필 잡는 거 가위질조차 잘 안 되던 아이.


아침마다 등원하면 담임선생님과 한글, 숫자 공부를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이제 제법 쉬운 글자도 읽고, 간단한 더하기 빼기도 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니 이 모든 기적은 지금 담임 선생님의 공이다.      


지금 어린이집은 자연과 가까이 있어 좋았다. 어린이집 건물 뒤로 메타쉐콰이어 길이 있어 매일 산책이 즐거웠다.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을 아이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여름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났고, 겨울이면 친구들과 썰매를 타고 놀았다.     


어린이집 근처에 산림청이 있어 숲체험도 자주 했고, 어린이집 체험활동을 하면서 승마도 시작하게 되었다. 승마라는 좋은 운동을 알게 된 것도 좋지만, 승마를 시작하면서 달팽이엄마들을 만나 소중한 인연을 얻었다.     


얼마 전 올해도 어김없이 작년도 활동 사진을 모은 사진앨범을 신청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나는 작년과 똑같이 사진과 함께 앨범도 같이 신청했다.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 1년 동안 꼬달이의 어린이집 생활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한 장 한 장 사진을 넣어 잘 정돈된 앨범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이 특별한 이유는 사진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꼬달이의 얼굴이 앨범에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꼬달이가 참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꼬달아,

오늘은 꼬달이 어린이집 졸업식이야. 졸업식이 뭔지 알아?

이별이 뭔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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