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가족 추석 준비
추석을 준비하는 우리. 딱히 할 준비가 없다.
중2 복이는 옷을 샀다. 명절이라 옷을 사는 건 아니었다. 가뭄 극복을 위해 교복대신 사복이 허용되었다. 입을 옷이 마땅찮았다. 옷 몇 벌을 사달라기에 몇 벌을 사주니 덩달아 계속 사 달라고 했다. 외모에 한창 관심이 많을 시기라, 옷이 다 작아져서 손목, 발목이 껑충하니 하나에서 열까지 다 사야 했다. 바지 몇 벌, 티 몇 벌, 레이어드 티 몇 장, 속옷. 하나가 오고 두 개가 오고, 계속 택배가 도착하고 있다. 후드집업은 언제 오느냐고 묻는다. 대신 주문해 달라 그러곤 아들은 나에게 현금을 준다. 돈 버는 느낌이다. 추석이 지나고 나면 사복 끝, 교복 착용인데, 한 계절 지나면 내년 봄이면 또 작아질 옷이 아깝다. 아들에게 크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원, 스스로 사 입는 추석빔이라 생각하기로 하자.
고등학생 복동이는 긴 연휴 전날까지 중간고사를 봤다. 정신없이 시험 걱정만 했다. 시험은 대충 망함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러곤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연휴 전에 시험이 끝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추석이 지나고 시험이었다면 아들의 괴로운 모습을 어떻게 봤을까 싶다. 아들이 좋으니 나도 좋다. 시험은 망이지만 사는 건 망망대해와 같으니 괜찮다.
막내 복실이는 착실히 타자 연습을 하고 있다. 추석에 열리는 타자 치기 대회에서 대단한 상품을 거머쥘 생각이다. 모두에게 하나씩 주는 상품인데 복실이는 현금 오만 원이 제일 갖고 싶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티스푼 등이 들어있는 귀여운 것 모음을 받고 싶다고 한다. 타자는 꾸준한 연습으로 새로운 기록을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9점에서 시작한 점수는 이제 300점을 넘어간다. 사촌 언니들과 만날 생각으로 들떠있기도 하다. 언니들은 지난 설날보다 타자 실력이 늘었을까 궁금하다고 한다.
하루는 복실이가 미술 학원에서 만들기를 가져왔다. 팔각형의 종이에 송편과 다식, 감과 귤을 그려왔다. 팔각 종이는 떡과 미니 약과를 넣은 통에 붙어 있었다. 통은 가마 위에 올라가 있었다. 불가마를 붉은 점토로 만들어졌고, 아궁이에는 불을 지펴왔다. 아궁이 안에는 나무가 쌓여있고 붉은 전구를 켜면 장작이 타는 것처럼 보인다. 복실이가 만들어온 작품이 추석이라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만들기 통 속에 든 잔기지떡을 나눠먹었다. 쫄깃쫄깃 부드러웠다.
초등학생 달복이의 명절 연휴 준비는 완벽한 계획으로부터 시작된다. 금요일부터 빨간 날인데 월요일 아침에 나에게 물었다. “엄마 금요일이 쉬는 날이잖아요. 목요일에 게임기 챙겨도 되나요?” 우리의 불타는 주말을 금요일 저녁이 아니라 목요일 저녁부터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연휴 내내 게임을 대체 얼마나 하려고 그러는 걸까. 달복이는 불타는 주말 대신 불타는 열흘의 추석 연휴를 미리 예고했다. “엄마 추석에 게임 사도 되나요?” 이 말은 입에 달고 산다. 달복이는 게임과 함께하는 즐거운 추석 연휴를 보낼 것이 확실해 보인다.
남편은 벌써 몇 달 전부터 추석 연휴 계획을 짜 놓았다. 추석 연휴 동안 가게 단장을 하기로 정했다. 삼사 일 잡아야 하니 추석 연휴가 딱이었다. 목재를 미리 시켜놨고 철, 나사못, 페인트, 롤러 등을 사놨다. 그리고 모든 계획에는 나와 큰 아들들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딱히 계획이 없다. 전을 주문했고, 먹을 것을 좀 저장할 뿐이다. 열흘을 먹어야 하니까.
대충 계획이 없는 마흔 중반의 주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만 홀로 가벼운 추석. 그러나 결코 추석이 가벼울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