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 뚫은 것은 아니다. 한 평 남짓한 욕실에 물이 차올랐다. 욕실 바닥이 한강이 되어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낮은 문지방이 꼴까닥 넘어가게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손을 걷어붙였다.
그전에 남편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을까? 남편이 알아서 해주던 일인데 안 해 주니 내심 꾀가 나기도 했다. 내가 욕실과 화장실에 신경을 쓰니 남편은 신경을 끄기로 작정을 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씻기 마지막 주자라면 그냥 뒀을 텐데, 나는 첫 번째 주자였다. 뒤에 씻을 아이들은 욕실에서 거실로 물이 넘쳐흘러도 그냥 보고 있을 녀석들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핑크 장갑을 꼈다. 안 쓰는 칫솔도 하나 챙겼다. 남편은 배수구를 열 때 손톱 손질을 하는 작고 뾰족한 도구를 사용한다. 그걸 창문 턱에 두는 걸 진작에 눈여겨봤었다. 까치발을 하고 단번에 도구를 들었다.
대충 물이 빠진 배수구의 철 뚜껑을 열었다. 뭉툭한 십자가 모양의 배수 구멍으로 온갖 찌꺼기들이 다 들어갔겠지. 구멍이 왜 이렇게 많담. 뾰족한 손톱 손질 도구를 이용해 구멍투성이 철을 들어 올렸다.
땅속 깊숙한 곳까지 연결된 것 같은 까만 구멍이 보였다. 구멍으로 손가락 두 개를 넣으니 구멍이 꽉 찼다. 구멍을 돌려 반으로 잘린 깔때기 모양의 배수구 트랩을 들어 올렸다. 바닥은 막혀 물받이로 쓰이고 있었다. 걸린 것은 거의 없고 물만 조금 고여 있었다. 첫 번째 관문 무사통과.
두 번째 관문이 어마어마했다. 온갖 머리카락과 털이 엉켜 붙어 있었다. 찌꺼기와 더러움이 썩은 것 같은 머리카락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구정물이 나에게 튀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뒤로 뺐다. 그리고 칫솔로 살살 문질렀다. 배수구 주위로 복동이에게 샤워기 물을 뿌려달라고 했다. 핑크색 손이 더러움으로 가득 차 샤워기를 들 수 없었다. 배수구 플라스틱 2종을 다시 제자리에 끼웠다. 물이 막힘없이 잘 내려갔다. 이제 고무장갑에 남은 더러움만 씻어내면 된다. 샴푸를 한 번 쭉 짜서 거품을 만들어 장갑 낀 손을 씻었다. “엄마 팔도 씻어야지.” 꼼꼼한 아들 덕분에 팔꿈치까지 박박 문질러 씻었다. 손톱 손질 도구도 씻었다. 칫솔과 이물질을 모아 쓰레기통에 넣었다.
나도 뚫었다. 욕실 배수구 완벽하게 뚫었다! 생각보다 더럽거나 역겹지 않았다. 맨손이 아니라서 더 든든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는 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찾은 다*소. 청소용품을 자주 사러 다니다 보니 청소의 여왕이 되고 싶은 난 구매의 여왕이 되어가고 있다. 배수구 거름망과 배수구 필터를 샀다. 파란 변기 클린 스틱을 더 사서 재 놓을까 망설이다 내려놓고 필요한 것만 얼른 사서 나왔다. 배수구 필터, 배수구 거름망. 짜잔! 이제 그 어둡고 축축한 곳에 손을 넣지 않겠다. 그러데 잘 걸러지는 거 맞겠지?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 4’ <해우소>는
화장실 청소를 하자는 나와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