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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ug 14. 2024

주고받고

어느 금요일 오후였다. 달복이에게 빨간 하트가 그려진 엄마손 파이를 받았다. 사랑의 하트가 담긴 작은 선물에 은근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달복이가 전해준 사랑은 대가가 있는 뇌물이었다.


“엄마 유튜브 볼게요.”


쌩하니 화면 앞으로 달려간다.



며칠 뒤 학교에서 돌아오는 그 녀석은 종이봉투를 소중히 들고 온다.


“소시지 빵이야. 엄마 주려고.”


그러곤 쏜살같이 화면이 있는 방으로 사라졌다.


먹는 것을 뇌물로 갖다 바치는 아이. 녀석의 엄마는 먹을 것을 꽤나 좋아하나 보다. 자신에게도 중한 것이 나에게도 중하다 생각하는 걸까.


사달은 복실이가 한 발 늦게 학원에서 돌아온 후 벌어졌다. 피아노 학원에서 만난 달복이 오빠가 소시지빵을 복실이에게 주기로 했다는 것. 그 대신 사탕 하나를 달라고 했단다. 복실아 달복이 오빠가 유튜브 볼 생각에 너와의 약속을 그만 까맣게 잊고 말았나 보다. 그 빵은 이미 아빠 뱃속에 들어가고 없는데 어쩐다냐.


복실이는 엉엉 울었다. 피아노도 다 끝나고 미술학원을 거쳐 소시지빵만 생각하며 간식의 유혹을 다 뿌리치고 배고픔을 참았는데 소시지빵이 실종이라니. 오빠가 엄마에게 줘버렸다니. 아빠가 다 먹어버렸다니.


내 빵~~~~!


대가를 바라는 선행은 금물.

이중 계약도 금물.

다시 보자 소시지빵!



아이와 협상이라는 명목하에 벌이는 수많은 주고받음.

우리는 협상하는 관계가 아닌데.

조건 없이 먹을 것을 내어주고

조건 없이 사랑을 주고받고

조건 없이 유튜브를 보여준다?

절대 그럴 수는 없지만

뭔가 다른 타협점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엄마는 그 지점을 찾기 위해 문제집을 뒤적이고

달복이는 여전히 뇌물을 갖다 바친다.


엄마와 자녀의 눈치싸움은 쭈욱 계속된다.

인간 관계란 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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