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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n 03. 2024

내 이름은 달이었습니다


내 이름은 달입니다.


달처럼 예쁜 사람이 되라고 엄마가 지어준 이름입니다. 엄마 뱃속에서 예쁘고 아름답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지요. 달밤에 운동을 나가면 엄마는 달님을 한 번 보고 나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예쁜 달아 보고 싶다.’ 엄마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아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더 이상 달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님이 된 것은 아닙니다. 엄마는 내가 더 이상 예쁘지 않다고 했습니다. 아름다움을 가진 달은 이제 제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멋져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지요. 엄마가 병원에 진료를 받고 돌아오는 차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가족들 모두 침울한 가운데 달이 진 것에 대해 토로를 하더니 뜬금없이 복을 받으라며 달에 복을 갖다 붙여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달복이가 되었습니다. 형들은 모두 복을 가진 이름이거든요. 첫째 형은 복동이, 작은 형은 복이, 전 셋째니까 *복이가 될 운명이었던 것이지요.


이제 내 이름은 달복이입니다.


달복이는 멋진 아이입니다. 떡 벌어진 다부진 어깨, 서글서글한 아저씨 미소를 가진 천상 남자로 태어났습니다. 엄마의 바람대로 멋진 아들로 태어났지요. 엄마는 특히 제 말을 잘 들어주고 이야기도 많이 해 주었습니다.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는 가족 중 최강자입니다. 얼마나 이쁨을 받았던지 세상이 모두 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위로 형이 둘이나 있었지만 모두 저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형들 모두 제 일이라면 발 벗고 도와주었습니다. 그때는요.


제 특기는 말하기입니다. 모두들 아기가 말을 한다며 다들 얼마나 신기해했는지 모릅니다. 엄마가 알려준 여러 가지 말소리들을 적절히 조합해서  말하면 모두들 감탄했습니다. 언어의 천재인 줄 알았습니다. 한 번 들은 말도 척척 따라 할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요. 한 번 들은 영어 발음을 누구보다 원어민과 똑같이 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자였습니다. 그래서 아기 달복이는 박수도 많이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달이 아니라도 좋았습니다. 달복이면 어때요. 사랑받는다는 건 이름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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