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보나 Jun 04. 2024

나는 달보기 오빠입니다

두 번의 봄이 지나갔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나와 형들 우리 삼 형제를 할머니 집에 맡겼습니다. 엄마는 병원에 갔습니다. 엄마가 아픈 것 같아 울지도 않고 꾹 참았습니다. 엄마는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할머니와 잠이 들기가 몇 번인지 기억이 안 납니다. 엄마가 아프지 말고 빨리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자기 전 늘 엄마의 품이 그리웠습니다. 엄마의 팔베개는 불편하지만 자기 전에 꼭 한 번은 엄마가 안아줘야 합니다. 엄마가 보고 싶었습니다.


며칠 만에 돌아온 엄마는 좀 말라 보였습니다. 힘도 없어 보였습니다. 엄마가 힘이 나도록 열심히 놀았습니다. 내 애교가 효과가 있었는지 엄마는 날로 웃음이 늘어갔습니다.


엄마의 웃음꽃이 핀 날, 새 옷을 입은 엄마가 또 병원에 갔습니다. 돌아온 엄마는 이불 뭉치를 들고 왔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는데 웬 이불을 안고 다니는 건지 궁금했지만 엄마가 아플까 봐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집으로 들어와 안방 내가 잠자던 자리에 두터운 이불 뭉치를 내려놓았을 때 나는 살짝 벌어진 이불 사이에서 달을 보았습니다. 달과 같이 환한 얼굴을 한 아기가 그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달보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두툼한 이불이 덥지는 않을까 만져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지키고 있어서 만질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달 같은 아기에게만 눈길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이불에 폭 싸인 그 달이 너무 소중해 보여서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엄마는 우리 형제에게 오빠가 되었다며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여름이 다가오는 어느 더운 날 달보기 오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달이가 아니었습니다. 달과 같이 예뻐서 달인줄만 알았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집의 전통을 따라 복을 가지고 있어야 했지요.  복실, 복님, 복순, 복술, 복년... 엄마는 고민을 했겠지요. 하필 더운 여름날 더운 이불 뭉치 속에 들어 있던 아기는 복슬복슬 복실이가 되었습니다. 엄마의 이름 짓기 실력은 꽝입니다. 왜 복은 그리도 고집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아주 복스럽지요.
복이 4 남매는 그렇게 탄생하였습니다.
첫째 복동, 둘째 복이, 셋째 달복, 넷째 복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이름은 달이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