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연장 근무를 했다.
가을엔 어쩔 수 없다.
생강청을 시작했다.
모과청도 시작했다.
벌써 모두 합해 70킬로그램의 박스를 뜯었다.
이제 시작이다.
팔이 절절 끓는다.
남편이 찜질팩 얘기를 꺼냈다.
그래 찜질팩을 좀 할 것을.
이제야 지질 생각이 나는 걸 보니 그동안 덜 아팠나.
집안 구석 어딘가에 잘 놔뒀을 불투명한 옥빛의 찜질팩을 찾을 수 있을까.
찜질팩 하나를 사들고 퇴근했다.
찜질팩은 가느다란 팔에 맞춤 사이즈로 샀다.
단돈 이천 원.
이천 원짜리를 사면서 만 원을 낸 것은 역시 소비의 함정이다.
찜질팩 하나를 사면서 여섯 식구를 모두 끌고 다이소에 들어간 것이 패착이다.
전자레인지에 2분 찜질팩을 돌렸다.
팔에 둘렀더니 뜨겁다.
긴팔을 하나 껴입고 다시 팔에 얹었다.
뜨끈하고 좋다.
향이 플라스틱 향이다.
얼추 식어서 다시 맨살에 올렸다.
플라스틱이 살갗에 쑥쑥 흡수되는 것 같다.
따뜻하니까 찜질하는 거니까 건강해지는 거 맞겠지?
찜질팩은 팔에 두를 정도의 크기다.
작으니 빨리 식는다.
좀 큰 걸로 살 걸,
삼천 원 짜리를 고를 걸 후회가 되었다.
작고 싼 걸 사서 후회가 되는 게 아닌 걸 알면서,
통증이 가셨다면 금방 만족의 말들을 늘어놨을 거면서.
팔을 많이 써서 아픈 걸,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랜만에 파스를 붙였다.
팔에 베인 플라스틱 내와 파스 냄새가 뒤섞인
아픔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저녁 먹은 것도 탈이 났는지 배를 싸안고 화장실에 들렀다.
갑자기 싸한 한기도 느껴진다.
싸매고 누워 팔에 붙인 파스 향이 이불 밖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잘 여몄다.
싸하게 퍼지는 파스의 시원함은 진즉에 다 날아갔는데도
냄새는 지독하다.
나는 어릴 때 그 냄새를 참 싫어했는데
복실이가 지난번에 코를 쥐어서
파스 냄새를 안 맡게 해주고 싶었는데.
고약한 파스 향을 뚫고 팔의 근육이 펄떡인다.
진통제의 효과를 뛰어넘어 들썩이는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곤 한다.
아프다.
팔을 많이 쓰면 더 아픈가 보다.
평소에는 팔을 마구 움직이지 않으면 괜찮다.
조심해서 움직이니까.
한 번은 바지춤을 치켜올리다가 아파서 깜짝 놀랐다.
소매에 팔을 넣는 것이 불편해졌다.
일상의 불편함이 늘어나고 있다.
양손을 들어 딸아이의 얼굴을 감싸주는 것이 힘들다.
아이의 머리를 아픈 왼팔로 쓰다듬어 주다 오른팔로 바꿨다.
딸아이의 머리를 감겨줄 때 손에 힘이 안 들어간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아파서 하지 못하는 집안일은
가족들에게 해달라고 요구를 한다.
딸아이는 혼자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장을 볼 때엔 초등 꼬마의 손이라도 빌린다.
찜질팩은 내 손으로 돌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돌려달라고 한다.
벌써 세 번째 돌렸는데 한 번 더 돌려달라고 할까 말까.
찜질팩의 플라스틱 향이 팔에 골고루 녹아드는 것처럼
아픔이 일상 속에 파고들어 나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옥색 빛깔의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 찜질팩을 찾아
수납장을 기웃거리다 다시 오늘의 황토색 플라스틱 찜질팩을 데웠다.
2분 ok!
나는 지금 오십견을 지나고 있다.
나의 일상이 된 오십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