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침마다 국화꽃 찍는 재미가 좋다.
비 오며 동글게 웅크리고 있던 국화 봉오리가 하나둘 벌어지더니
독한 비도 가을비인 줄 아는지
그 비를 맞고 하나 둘 피어났다.
드디어 비가 그치자
마구 피어났다.
국화는 노랑으로 피어도
만개하며 색깔이 옅은 노랑으로
그리고 하얀색으로 색이 변한다.
중간중간 잡초와 키를 맞추느라
국화를 마구 잘랐다.
키가 크면 잡초와 같이 잘려나가는 신세가 되기 때문에
그들에겐 내가 구세주와 다름 없다.
어느 것은 먼저 피어 나비가 앉았다.
꽃대가 잘린 것은 느지막이 새로 만들어내느라
어느 것은 이제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는 것도 있다.
꽃집에 파는 한 아람 국화꽃도 탐스럽고 예쁘지만
우후죽순 여기도 피고 저기도 피고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보며
이른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피는 국화를
그렇게 오래 감상하는 것이다.
국화는 번식력이 얼마나 좋은지
심기는 화단에 심었으나
화단 돌 사이로 뿌리를 뻗어대더니
허벅지 높이를 껑충 뛰어내려와
주차를 하는 마당에까지 뿌리를 내렸다.
그것이 쑥인지 국화인지
새로 번식한 것들은
가을에 꽃이 피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심은 것이 아닌데도
뿌리를 얼마나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저 나는 골고루 남편의 시선이 머무르지 않을 정도로
짧은 길이로 이발을 자주 해 준 것 밖에 없다.
내 가위질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그저 국화의 전성시대인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무화과나무 아래 화단 가에
돌 틈 사이에
보도블록 사이에서
국화꽃이 마구 피어난다.
“한 송이 노란 꽃을 피우기 위해 ~”
시인의 시구가 절로 나온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꽃이여.
노란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척이나
추웠나 보다.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길고 지루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피어나는 꽃을 보면 안 예쁠 수가 없다.
이렇게 조그맣고 어리숙하게
조잡하게 피어나는 꽃이라도.
물기 어린 꽃잎이 그래도 피어서 다행이다.
스무날 넘게 내린
지독한 비가 드디어 그친 날.
해가 반짝 떠서 국화가 더 활짝 피었다.
나도 어느 시인처럼
국화 옆에서 한참을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