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unday farmers

얼어 죽을 생강

by 눈항아리

어제 내리더니 오늘도 내렸다. 서리 맞은 차 지붕이 희끗하다. 어슴푸레한 새벽하늘은 울그락불그락한다. 아침은 차분하게 그윽하게 하늘로부터 번져오는 빛이 엄숙하게 어둠 속으로 천천히 파고드는 것 아니었나. 지붕에 쌓인 서릿발을 녹여보겠다보고 기세등등하게 전진하였으나 하늘 빛이 맥을 못 춘다. 강한 어둠을 내리누르며 빛이 피어나는 시간, 허연 서릿빛이 더욱 빛나는 이른 아침이다. 또다.


시린 어둠 속에서 보았다. 어젯밤이었다. 퇴근길 하얀 안광과 같은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고 까만 시골길을 달려 집으로 왔다. 아침부터 타이어 공기압이 낮다고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 날이 추우니 타이어가 전체적으로 공기압이 낮아진는가 보았다. 타이어에 바람을 넣어주려고 남편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마당에 나와 있었다. 허연 입김을 불어대며 장갑을 끼고 다가오는 남편. 마당은 환했다. 가로등도 한몫을 하지만 꼭 가로등 때문만은 아니다. 가로등은 밭으로 빛이 안 가도록 갓을 씌워 마당과 길 쪽만 희미하게 비춘다. 차바퀴를 보려고 마당을 비추는 ‘서치’를 다 켜놔서 그렇다. 그 빛은 밝기도 밝지만 멀리 까지 날아가서 밭의 일부까지도 비춰준다.


차는 남편에게 맡기고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우리 밭이 보였다. 깜깜한 밭에 푹 수그리고 있는 생강. 생강이 서리를 맞았다. 초록빛 선연하던 힘찬 기상은 간 데 없고 폭삭 주저앉았다. 이파리가 모두 줄기를 감싸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자기야, 생강 다 얼었나 봐.”

하루인데 뭐 괜찮겠지 했다. 며칠 춥고 기온이 올라간다기에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날이 따뜻해지면 고운 잎이 다시 살아날까 기대를 해보았는데 밤새 짙은 서리가 또 내렸다.

‘생강아... 괜찮니? ’


급 추워진 날씨에 아이들은 겨울 패딩을 챙겨 입었다. 바깥 활동이 많은 큰 아이는 롱 패딩을 꺼내 입었다. 우리 생강이에게도 패딩을 입혀줬으면 좋았을 텐데. 땅 속은 좀 따뜻할까. 무사하기를 바라며 주말을 기다린다. 성큼 다가온 추위가 매섭다.


남편이 눈을 뜨자마자 그런다.

“생강을 빨리 다 캐야겠다.”


텃밭의 생강이 눈앞에서 얼어 죽고 있다. 안 보면 모르겠으나 보면서도 어찌해주지 못해 주는 마음, 이런 아픈 사랑이라니. 주말이 되기 전에 짬은 안 나고 애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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