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그리고 생강 심은 데는 생강이 난다. 콩 하나를 심은 데 콩 하나가 나는 건 아니다. 하나를 심어 하나를 수확한다면 농사를 지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올해 그런 농사를 지었다.
남는 것 없이 텃밭에 우리의 피와 땀을 쏟아부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비와 바람과 태양을 걱정하며, 풀과 사투를 벌였다. 때로는 초록 풍경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우리는 텃밭에서 온갖 영화를 다 찍었다. 영화만 찍으며 올해 생강 농사를 망쳤다.
20킬로그램 씨 생강을 사다 생강 20킬로그램을 건졌다. 적어도 열 배는 수확한다던데, 많게는 수백 배도 가능하다던데. 왜 우리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 걸까.
올해는 생강 심는 시기가 늦었다. 봄날씨가 추워 모종이 잘 안 컸다. 그렇다고 더 추운 벌판에 심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름이 다 되어 생강을 심고 한동안 자리를 잡는가 했더니 비가 안 왔다. 봄부터 가뭄이 심했다. 여름 늦게까지 쭉 가뭄이었다. 밭에 물을 준다고 줬는데도 부족했다. 그리고 가을장마가 왔다. 급작스럽게 서리가 내려 생강 줄기와 잎이 다 얼었다.
다 시들어버린 생강 줄기를 잡고 뽑을 수가 없었다. 언 생강을 대부분 버리고 수확한 생강은 우리가 심었던 양, 딱 그만큼이었다. 추비도 부족했다. 한 주만 일찍 수확했으면 좀 더 나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한 해 농사가 망하는 이유가 한 가지일까. 그러면서 배운다. “내년엔 생강 심지 말자.” 그렇게 남편과 의견을 모았다.
흙 밭에서 구르며 고생고생 생 고생을 하며 우리는 무얼 한 걸까. 인생 공부? 하나를 심어 하나를 수확했다. 하나를 심어 내가 쓴 글만큼의 경험을 얻었다. 그건 하나 보다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
텃밭의 흙을 갈아엎는다. 그리고 새로이 무언가를 심고 수확한다. 그것이 배를 채우는지 가슴을 채우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심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은 아닐 테다.
우리는 배움을 쌓아간다. 그냥 생강이 적을 뿐이다. 내년 생강 농사는 없다. 그러나 생강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다. 생강 대신 다른 것을 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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