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아프다.
굽은 다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아 숨을 몰아쉰다.
바위에 걸터앉은 건 쉬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안다.
쓰러지려는 걸 가까스로 피한 것이다.
마침 바위 턱이 보여 앉은 것이다.
운이 좋았다.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을 테다.
피를 나눈 사람에게도
아무리 살가운 사람에게도.
꺼칠한 손은 바위처럼 단단하다.
느릿한 걸음을 맞춰 걸어 보아도 영 어색하다.
삶의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가 생기는 것인지도.
살그머니 손을 빼고 절뚝이며 느릿한 걸음을
덕지덕지 바른 시멘트 바닥에 힘겹게 조심스럽게 놓는다.
자꾸만 넘어진다던 전화 속의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다리에 힘이 없다는 그 말을 보고 알았다.
그래도 안 넘어지려고 애쓰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무르팍에 힘을 주고 버티고 섰다.
딸이 뭐라고.
주차가 편하다고 멀리 떨어진 곳 차를 세웠다.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난들 알았나.
살갑기는 무슨.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딸.
회덮밥이랑 물회를 시켰다.
회덮밥에 초장을 잔뜩 뿌려 밥 반 그릇을 잡숫는 아버지의 손만을 쳐다보며
고개를 푹 숙이고 물회를 집어 먹었다.
장 국물에 만 국수와 양배추와 가자미를 한 젓가락에 건져 올렸다.
시뻘건 국물이 방울져 하얀 비닐 탁자 위로 떨어졌다.
반대편에 앉은 아버지는 작은 종지에 담긴 번데기 반찬을 슬쩍 내 앞으로 밀었다.
밥을 다 드시고 나서도 아버지가 좋아하는 번데기 반찬은 그대로였다.
내가 숟가락을 놓자 그제야 아버지는 번데기 한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
나는 번데기 안 좋아하는데 그것도 모르는 아버지.
식후 커피는 식당 자판기 커피.
마당 나무 의자에 마주 앉아 나는 홀짝였다.
아버지는 뜨거운 커피를 한 번에 비웠다.
바쁜 일이 있으신 건가 뜨거운 걸 빨리도 드신다.
언덕길을 혼자 내려가 차를 끌고 올라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버지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웃으셨다.
운전을 해야 하니 목소리만 들렸다.
껄껄 웃는 아버지의 웃음은 즐거움인지 슬픔인지.
‘껄껄’ 한 번이면 그 생각을 안 했을 텐데.
아버지는 연신 과장해서 ‘껄껄’ 웃었다.
운전을 하며 앞만 보며 가는데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삶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