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는 담요를 덮어썼다.
기침을 한다.
달복이는 입을 벌리고 눈을 감고 하늘 향해 머리를 들고 멈춰있다.
밥상 앞에서 기도를 하는가 보다.
복이는 5분 만에 벌써 밥을 다 먹고 일어선다.
복동이는 콧물을 훌쩍이며 쩝쩝 거린다.
누룽지탕에서 수증기가 폴폴 올라온다.
뜨거운 걸 잘도 먹는다.
복동이는 밤에 자다 추워서 깼다고 했다.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그런다.
추워서 전기장판 온도를 높이고 잤다고 한다.
밤새 기름보일러가 멈춰 있었다.
가장 늦게 씻고 잔 복동이 짓이다.
녀석은 기름보일러 난방버튼 누르는 걸 자주 까먹는다.
그래서 온 식구가 밤새 오들오들 떨었다.
아무도 몰랐다.
내가 새벽에 일어나기 전까지는.
밤새 멈춘 보일러는 새벽에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의 손가락 덕택에.
아침이 됐는데도 방바닥에 닿은 엉덩이는 아릿하게 시리고 발바닥은 오그라든다.
복실이는 기침을 하며 담요를 발에 감싼다.
7부 바지가 무릎까지 올라가 있다.
바닥도 찬데 방석을 깔아줘야 하나 생각했는데,
곧 발을 감싸던 담요를 내동댕이쳤다.
밥을 한 술 더 뜨고 담요를 끌어와 엉덩이에 깔고 앉았다.
밥시간을 5분 남기고 이제 숟가락질을 본격적으로 한다.
잠이 깼다는 신호다.
달복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아침의 맛을 음미 중이다.
한 술씩 밥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어주면 기계적으로 입을 벌리고 받아먹는다.
참새인가, 강아지인가.
김치도 받아먹는다.
씹어 먹는다.
느릿느릿.
아침의 맛은 맛있다.
그 맛은 느린 맛이다.
달복이는 그런 맛을 좋아한다.
복동이는 화장실에서 동생 복이를 쫓아냈다.
화장실에서 나온 복이는 세안제를 들고 욕실로 피난을 간다.
기름보일러는 ‘온수’ 모드로 바꿨다.
‘온수’ 중에는 바닥 난방이 안 된다.
발이 시리다.
“발 시려. ”
복실이가 내 발에 담요를 말아줬다.
포근하고 따뜻하다.
나도 콧물이 훌쩍인다.
복실이는 기침을 한다.
복동이는 콧물을 훌쩍이며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교복을 찾느라 그런다.
거실을 지나 서랍장이 있는 복이의 방을 지나 자신의 방에 도착했다.
교복을 입고 나오는 아이의 엉덩이에 주머니 두 개가 튀어나와 있다.
세탁 후에는 늘 주머니가 튀어나와 있다.
그 바지가 그렇다.
왜 주머니가 튀어나오지?
나는 그게 궁금한데.
“엄마 엉덩이에 주머니가 왜 있는 거야?”
복동이는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하긴 주머니가 없었다면 튀어나올 일도 없을 테다.
달복이와 복실이는 거의 매일 양치질을 함께 한다.
둘이 티격태격한다.
입에 칫솔을 둘 다 물어야 조용하다.
이 닦는 소리가 난다.
어떤 날은 칫솔 물고 있는 소리가 나는데.
어떤 날은 시끄러워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어째 조용하다?
방으로 들어간 복이와 복동이가 조용하다?
옷을 입다 말고 움직임이 멈췄다.
“복아, 복동아! 뭐 해. 준비해야지! ”
한 번씩 나의 근엄한 목소리로 환기를 시켜줘야 움직인다.
핸드폰에 멈춰있던 눈과 손을 거두고 복동이는 다시 교복을 챙겨 입는다.
복이는 주머니에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당당히 입성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아침은 냉골에서 추위로 시작해 활기와 부산함이 더해진 따뜻함으로 옮겨간다.
발이 따뜻하다.
담요 챙기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