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마구 불던 날 낙엽이 도로를 굴러 다녔다. 빗자루 든 청소부가 필요할 것 같이 어지러운 날이었다. 그런데 내가 기다란 빗자루를 들 일은 없었다.
훅 불어오는 여린 바람에도 날리는 비쩍 마른 잎새는 달리다 휘몰아치다 다시 휘달렸다. 개천 아래 어디 후미진 곳으로 떨어졌다. 언덕이 시작되는 곳 어디쯤에 기대앉았다. 산이 시작되는 산기슭 어딘가에 눌러앉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연의 흙으로 돌아갈 테다.
달리는 도로 옆이라도 논이나 밭이나 작은 시내라도 있으면 낙엽은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간다. 흙으로 덮여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도시화된 곳, 아스팔트와 블록으로 뒤덮여 맨 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길 위에서 낙엽은 애물단지다. 출근길 도롯가에 휘몰아치는 낙엽은 갈 곳이 없다. 구르고 구르다 쓰레기처럼 쭈그러져 있다. 도로와 인도가 만나는 턱 언저리에 끼어 나부끼는 바람을 맞으며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고 있다.
급기야 매년 가을이 되면 나타나는 긴 빗자루를 든 주민센터의 젊은 남자 직원이 나왔다. 빗자루질을 시작한 그는 인도의 낙엽을 말끔하게 없애 치운다. 곧 웅웅대는 강력한 바람 기계를 든 남자도 나타날 테다. 낙엽을 치우는 사람들이다.
주택가, 도롯가의 낙엽은 갈 곳이 없다. 산도 언덕도 개울도 없다. 인위적인 비닐봉지에 묶여 차를 타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쓰레기를 긴 빗자루를 모아 버리는 것이야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많은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쓸어 모아 치우는 사람들은 영 이상해 보인다. 매년 가을 굉음의 바람 기계를 들고 낙엽을 날리는 그들을 본다.
낙엽이 다 떨어져서 헐벗은 나무가 되기 전에 낙엽을 밟으러 가야 하는데.
“복실아 일요일에 낙엽 밟으러 갈까?”
“그전에 다 떨어질 것 같아.”
떨어지는 색색의 마른 잎을 아쉽게 바라보며 오늘도 곱게 물든 단풍잎을 바퀴로 밟으며 휘날리며 차를 달렸다.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잠시 노란 조끼를 입은 노인에게 눈길이 갔다. 자신의 키만큼이나 긴 싸리비를 들고 낙엽을 치우는 할아버지였다. 그는 약간 굽은 허리를 단단하게 곧추 세우고 인도와 도로의 경계에 서 있었다. 낙엽을 쓸어내는 머리 희끗한 노인의 느릿한 빗자루질은 머물 곳이 없어 버려진 낙엽의 마음을 살살 달래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