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의 비애

by 눈항아리

머리카락은 자란다. 길어져야지, 그게 정상이다. 내 머리도 한때 쭉쭉 아래로 자랐다. 그땐 365일 꽁지를 만들듯, 뒤통수에 머리카락을 하나로 모아 고무줄로 꽉 묶고 다녔다. 짧은 커트 머리를 하면서 고무줄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리고 내 머리카락도 중력이라는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힘에서 벗어났다. 대신 머리카락은 세상의 모든 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나의 머리.


세면대 위에 놓인 거울이 유난히 깨끗한 날이었다. 얼굴이 또렷하게 보인 걸 보면 밤새 거울이 도를 닦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아 거울아 누가~. 이런 건 안 물어본다. 내가 제일 예쁘지. 훗. 얼굴도 조막만 하고? 왜 얼굴이 이렇게 작게 보이는 걸까.


그건 상대적인 것이다. 머리가 커 보이니 얼굴이 작아 보이는 것이다. 유난히 나의 머리가 커 보이는 아침이었다.


머리카락은 길어지고 중력은 지구 중심으로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 머리카락은 지구 중심을 향해 아래로 길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내 머리카락은 하늘을 향해 세상을 향해 방사형으로, 햇살이 퍼지는 모습처럼, 별빛처럼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


머리라는 것이 밤잠을 자며 베개에 짓눌리면 어디 한 곳 찌부러져야 정상인데, 내 머리는 한밤중에 야간작업을 한 모양인지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공기층을 집어넣어 심히 부풀어 있었다. 야생의 들판에서 보온의 역할을 충실히 했을 것 같은 모양이었다. 따뜻함을 넘어 털의 기상이 느껴진달까... 거칠고 용맹하게 뻗어나간 굵직한 나의 머리 털은 사자의 풍성한 갈기를 닮아 있었다.


사자 머리. 수컷의 위엄을 나타내는 그 머리!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눈항아리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27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수제비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