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명희의 눈은 빛을 찾아 헤맨다. 그 눈이 돋보인다. 찬 바람을 막아주는 모자를 덮어썼기 때문이다. 모자는 눈만 뚫어 놓고 얼굴과 머리를 전부 가려준다. 까만 도둑 모자다. 까만 밤이라 까맣게 보이는 것일 뿐 사실 모자는 초록 바탕에 빨강 줄무늬도 하나 그려진 멀쩡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정수리 위에는 솔방울 털도 달려있다. 아버지가 새벽바람 쐬는 명희를 위해 장만해 준 모자다. 아버지가 아니라 새어머니가 사준 것일 테다. 누가 사준 게 무슨 상관이람. 그저 겨울날의 새벽바람을 막아주면 될 일이다.
찬바람을 맞아 부리부리해진 아이의 두 눈은 자연스럽게 하늘을 향한다. 빛을 아로새겨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눈이 별빛을 헤치고 간다. 소녀는 겨울날 새벽녘의 하늘을 수놓던 은하수 강물을, 소리 없이 찬란하게 떨어지던 별똥별을, 북두칠성의 단단한 모서리각을 눈에 새기고 마음에 새겨 기억의 깊숙한 곳에 빛나는 사진으로 간직했다. 새벽의 별은 아름답다. 겨울날 새벽길을 걸으며 별을 본 명희, 이후 30년의 세월이 더 지나고도 그 밤하늘이 선명하게 남았다. 아련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추위는 기억에서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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