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가 얼었는지 어쨌는지
수도꼭지에서 똑 똑 한 방울 물이 떨어졌다.
물방울이 쌓여 얼음산이 되어
수도꼭지까지 닿고 나서야
알아챘다.
수도가 얼었는지 어쨌는지
날이 풀려 허리 높이까지
땅을 파봐야 알겠지.
삽질을 하려면 힘 꽤나 들겠다.
수도를 꽉 막아놓으면 더 크게 터질까
종일 떨어지는 물방울을 내버려 두었다.
얼음산은 같은 높이인 것 같다가도
어느 따듯한 날이면 언덕이 되었다가
다시 날이 추워지면 작은 물방울을 모아
덩치를 키웠다.
물방울이 모여 산이 되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수도가 얼어서 물이 줄줄 새니 세금이 줄줄 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나마 터진 건 아닌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하고
또 언제 터질까 불안하기도 하고
봄날에 땅 팔 생각을 하면 기가 막히기도 하다.
이틀 정도 봄날과 같이 따뜻했다.
얼음산이 스르르 녹아 언덕으로 바뀌었다.
참새떼가 마당으로 아침 나들이들 나왔다.
겨울 날씨에 아랑곳 않고 나뭇가지를 넘나들며 짹짹거린다.
그리고 한 마리씩 차례를 정해 수도꼭지로 날아든다.
한낱 짐승이 우르르 몰려들지 않는 것도 신기한 일인데
입을 대고 물을 먹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자주 마셔본 듯하다.
작은 부리를 수도꼭지에 갖다 대려고 목을 하늘로 치켜들고 두 발로 섰다.
공중에.
얼음산을 밟고 서면 좋았을 텐데.
얼음 산이 있었다면
수도꼭지까지 솟아오른 산 때문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먹지 못했을지도.
얼음 언덕 한참 위 공중에 서서 사력을 다해 파드득 날갯짓하는 참새가 얼마나 귀여운지.
참새가 벌새처럼 정지 비행을 할 수 있었다니.
목구멍으로 물 한 방울 꼴깍 꼴깍 받아 마시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친구를 위해 비켜서주는 매너라니.
수돗물 한 방울이 참새의 목을 적셔줬을까.
떨어지며 바로 얼음이 되어버리는 시린 물을 마시고 탈이 나지는 않을까.
남편과 멀찍이 서서 참새떼가 수돗가에서 물 마시는 걸 지켜보다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살금살금 다녀왔더니
참새는 날아가고 없었다.
옆집으로 날아간 참새는 푸드덕거리고 짹짹거렸다.
양손에 아이 손 하나씩 잡고
멀찍이 서서 참새를 기다리다
아침 햇살만 잔뜩 쬐다 들어왔다.
마른 겨울을 보내는 참새의 목을 축여줘 뿌듯한 겨울 아침.
수도는 저절로 얼어터졌는지 어쨌는지,
꼭 잠가놓은 수도를 누가 열어 쓰고 그랬는지 또 궁금한 아침.
지나가는 과객에게 물 한 모금 건네는 건 미덕이기는 하나
삽질할 생각에 억울하기도 하고
참새에게 간절한 물 한 방울 전한 것으로 위안 삼아 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