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과 커피

by 눈항아리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납골당에 가자는 전화다.

가장 멀리 사는데 가장 자주 엄마를 보러 가는 녀석이다.

마흔이 넘어서도 엄마가 그리운 다 큰 남자 어른이다.

사십 년을 그리워해도 채워지지 않는 게 엄마의 자리일까.


커피 하나 사와. 동생이 말했다.

왜 술이 아니고 커피일까. 매번 술 한 병, 포 하나 가지고 가더니.

커피 내려서 갈게. 내가 말했다.

전기 포트에 커피 물을 올려놓고 책상머리에 앉았는데 전화가 울린다.

다 왔어 나와. 동생이다.

한 시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십 분 걸렸다.

나오라고 하면 나가야지. 멀리서 오는 동생인데.

커피 두 잔을 내려 보온병에 담았다.

납골당용 소주컵을 챙겼다.

오 분도 안 되어 납골당에 도착했다.


3월 1일부터 납골당 내 부착물을 모두 없앤다고 했다.

그래서 동생이 몇 시간을 달려왔다

꽃을 떼고 사진을 뗐다.

꽃과 사진이 문제가 아니었다.

떨어지지 말라고 붙여놓은 양면테이프가 안 떨어졌다.

동생이 커터칼을 가져왔다.

칼로 조금씩 긁어내며 테이프를 말끔히 제거했다.

어머니가 말끔해졌다.

어머니는 아주 오래전에 말끔해지기는 했다.


동생이 테이프를 뜯는 동안 나는 커피를 따랐다.

오랜만에 쓰는 보온병이 줄줄 새고 있었다.

양도 안 많은데 샐 일이 뭐가 있다고.

뚜껑에 고무 바킹이 없다.

그래도 엄숙하게 일회용 은박 소주컵에 커피를 따랐다.

그냥 종이컵을 챙길 걸 그랬다.

커피인걸 깜빡했다.

구슬땀을 흘리고 일을 마친 동생에게 금방 따른 커피를 건넸다.

컵은 은박 소주컵.

앗 뜨거워!

보온병이 그래도 보온은 되는가 보았다.

은박은 열 전도가 잘 되는가 보았다.

나는 엄마에게 따라줬던 다 식은 커피를 마셨다.

작은 은박의 소주잔을 두 손에 공손하게 들었다.

엄마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미적지근했다.



납골당에서 나왔다.

동생이 담배를 피운다.

옆에 앉았다.

바람이 불어온다. 담배연기도 날아온다.

자리를 바꿔 앉았다.

담배 연기가 멀리 날아갔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춥다, 동생이 그런다.

커피 한 잔 하러 가자, 동생이 그런다.

바로 가야 한다고 그러더니 누나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가 보았다.

바닷가로 갈까? 내가 물었다.

집으로 가자. 동생이 그런다.



커피 물을 끓였다.

동생은 차에서 봉지 커피를 가지고 온다.

내가 타준 커피가 입맛에 안 맞았나 보았다.

“나도 하나만. ”

하나밖에 없어. 동생이 그랬다.

나는 보온통에 철철 넘치고 있던 남은 커피를 컵에 담았다.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동생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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