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상상으로 넘어가는 중

by 눈항아리


백반 집 앞 도로에 배달 오토바이 다섯 대가 어지러이 서 있다. 배달도 안 하는 음식점인데 웬 배달 오토바이람. 평소 자동차가 줄을 맞춰 주차하는 자리에 오토바이가 삐뚜름하게 세워져 있으니 눈에 띈 것이다. 오토바이가 왜 백반집 앞에 서 있을까.


밥 배달을 시작했나? 점심엔 줄을 설 정도로 바쁜데 배달할 정신이 있을까. 그러나 배달의 기사님들은 보통 오토바이에 앉아서 음식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 아닌가? 왜 다섯 대에 오토바이 기사님이 아무도 없을까.


혹시 밥 배달이 아니라 일수 전단지를 돌리는 오토바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백반 가게는 사채업자의 숨겨진 근거지가 아닐까? 백반 가게 남자 사장님은 금니에 금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 여자 사장님의 얼굴도 엄청 무서워 보인다. 한 성깔 할 것 같은 얼굴이다. 가끔 일을 도와주러 오는 젊은 딸은 화장이 엄청 진하다. 찾아오는 친구들 또한 풀메이크업을 하고 온다. 딸의 남자 지인들은 한 어깨씩 하는데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손잡이 짧은 미니 가죽백을 들고 다닌다. 꼭 일수를 찍을 때 사용할 것 같은 가방이다.


오토바이 기사님들을 30분이 넘게 백반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우르르 나와서 한꺼번에 사라져 버렸다. 음식을 들고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과연 사채업자의 직원인 것일까. 그 속에서 어떤 불법적인 모의가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닐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의심을 만들고,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억측을 만들어냈다. 의구심에서 비롯된 추측이 상상만으로 밥집을 범죄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한참 상상의 나래를 펴며 궁금증을 풀어가다 문득 다시 물었다.


“오토바이 다섯 대가 왜 백반집에 서 있을까. “


의외로 다시 물었을 때 답이 수월하게 나왔다. 백반집에 밥을 먹으러 왔겠지.





매일 보는 3층 건물이 있다. 1층엔 김밥집이 있다. 김밥집이 어느 날 폐업했다. 하루가 다르게 지저분해지는 가게 앞, 허름해지는 간판, 투명했던 유리가 불투명으로 바뀌면서 서서히 폐업이라는 걸 알아챘다. 간판은 그대로 김밥집인데 김밥집이 아니라는 종이를 유리문에 붙었다. 그런데 검은색 오토바이가 계속 오간다. 검은색 봉투를 들고 나고 한다. 뭔가 불법의 촉이 온다. 온다. 온다. 무얼 운반하는 거지?


김밥집이 속해있는 3층 건물 전면이 눈에 든 건 그런 생각을 할 즈음이었다. 건물 1층에는 김밥집이 아닌 가게와 신사 맞춤양복점이 있다. 2층에는 대부업, 정당포 간판이 걸려있고, 3층은 24시 안마시술소다. 건물에 소속되어 있는 업종을 보고 나는 확신에 가까운 억측을 했다. 분명 이 건물은 깍두기 아저씨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깍두기 아저씨들은 신사복을 입으니까, 아마도 규모가 상당한가 봐. 대부업과 전당포는 본업, 부업으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거지. 밤중까지 많은 인원이 상주해야 하니까 밥집이 필요했던 거야. 나중에 나중에 8절 종이에 써붙인 음식점 이름은 무려 ‘차카게 밥집’이다. (‘차카게밥집’은 가명임.) 촉이 온다, 온다, 온다.


그 무렵 뉴스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을 통해 밀반입된 마약이 대량 발견 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그것도 우리 시에서! 국제경찰과 합동으로 수사로 밝혀진 충격적 진실이었다.


뉴스와 나의 상상이 더해져 김밥집 아닌 그 음식점은 내 상상 속에선 이미 마약 운반을 하는 깍두기 아저씨들의 밥집으로 저장되었다.


사실 김밥집 아닌 그 가게는 배달 전문점이라고 한다. 정말 궁금해서 우리의 출근길에 늘 얘기를 했었다.


“저 집 뭐 파는 가게일까?”


나만큼 아이들도 궁금했는지 배달앱 사이트에서 그 가게 이름을 찾아보았나 보다. 음식점이 맞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리뷰의 글이 모두 같은 아이디라고 한다. 한 명의 고객이 몰아서 광고를 하는 걸까? 의구심은 다시 풍선처럼 부푼다.


내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그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키거나 그 음식점을 방문할 일은 없을 거다. 맞춤 양복점, 전당포, 24시 안마 마사시 시술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깍두기 아저씨들은 어디서 자는 걸까. 1층에서 옷과 밥을 해결했으니 집은? 과연. 3층일까? 궁금하기는 정말 궁금하다. 이 시점, 이 순간, 상상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김밥 집 아닌 가게에 대해 남편과 나는 어느 날 마약 운반에 한 표를 던졌고, 또 어느 날은 불결한 배달 음식점이나 불법 배달 음식점으로 여기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배달 음식의 허점과 위생에 대해 논했다.




벽과 문으로 가려져 안 보이는 건물 안을 나의 지레짐작으로 들여다 보고 내 마음대로 상상해 보았다. 그런 것을 망상이라 할만한다. 증거, 근거라고는 없는 허황된 추측.



이야기가 펼쳐진다. 꿈속의 이야기로 내일의 운수를 점쳐보는 것처럼, 오토바이를 다섯 대, 김밥집 아닌 음식점의 오토바이를 같은 사물을 보고 이야기를 펼친다. 그리고 상상이란 무엇인지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다. 어떤 상상을 해야 할까. 꿈처럼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상상에 날개를 달아줄 것도 같다.


그게 무엇이든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뭔 상관이랴. 음험한 상상에 재미를 붙여가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이것이 진정한 오픈 마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