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

25 뷔페에 갔다

by 눈항아리

음식에 끌려다니는 삶에 대한 소회>


뷔페에 갔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돌았다. 눈이 돌았고 발이 바삐 돌았다. 음식은 혀를 거쳐 목구멍에 들른 기색도 없이 장으로 어찌 내려갔는지도 모르게 뱃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배가 차오르기 전에 얼른 음식을 욱여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먹으면 배가 금방 부르니 최대한 빨리 먹어야 했다. 그러나 배도 한계가 있다. 뱃전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듯 목 언저리에서 넘실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때가 그 지점이다.


밥을 먹기 시작한 지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었다. 7시 45분. 이 시각은 밥을 먹고 주차장을 빠져나온 시간이다. 8시 전에 식사를 마치려고 부단히 노력한 것은 아니지만 8시 전에 폭식을 마치고 나온 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먹는 동안 시간마저 잊고 있었다.


음식에 취해, 음식에 목을 매고, 음식에 끌려다닌 한 시간이었다.


야식 먹을 생각은 눈곱만치도 안 들었다. 야식을 참는 신박한 방법을 찾아낸 듯하다. 배를 가득 채우면 된다. 하루 만에 비워진다는 건 함정이다. 다음날도 또 채워야겠지.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나는... 상상하기 두렵다.

뷔페에서만 그럴까, 하루만 돌아봐도 나는 음식에 끌려다니는 삶을 사는 게 분명해 보인다.


“뭐 먹지? ”


그 생각을 종일하고 산다. 주부라서 더 그렇다. 주부가 아닌 시간에는 그렇지 않을까 과연? 지난번 피자를 시킬 때는 식사 준비를 하는 시간 보다 더 일찍 배달시킬 준비를 했다.


먹는 것이 인간의 생과 불가분의 관계라지만 얼마나 묶여 있어야 적당한 걸까. 과연 적정선을 찾을 수 있기나 할까.


밤새 뱃속이 가득 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이 되면 다시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한다. 오늘 아침엔 배가 아파서 뭘 못 먹을 듯하다. 폭식의 대가는 배부름을 넘어섰다. 배는 부풀 대로 부풀었고 장이 미어질 정도로 꽉 막혀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식구 중 누군가는 아침을 먹을 거라며 밥 생각을 한다. 소화가 잘 되는 된장국을 한 냄비 끓일까. 그런 생각을 한다. 보글거리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린다. 거의 음식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아닌가.


폭식 후에는 먹지 않아도 좋다. 한 끼니 정도는 건너뛰어도 좋다. 따뜻한 물을 마시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결국은 따뜻한 물을 찾았군. 뭐든 창자 속으로 집어넣고 흘려 넣고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오늘 하루 음식을 좀 멀리하면서 생각해 보자. 나는 얼마나 자립적인 삶을 사는가. 음식과 나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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