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

30 먹는 것에 대한 단상

by 눈항아리

폭식은 안 된다.

배가 아프다.

과식은 불편하다.

먹고 나서 후회한다.



내 배도 한계가 있기는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식탐은 무한하다.

먹지 않아도 음식을 저장한다.

굳이 뱃속이 아니라도.

음식을 일정하게 구할 수 없었던 오랜 인류의 생존 지혜라 포장하면 된다.

마트에 여러 번 가는 것보다 한 번에 장 보는 게 경제적이라고 둘러대도 된다.

금방 먹을 것이 아니라도 쌓아 두면 마음이 풍족하다.



배고프지 않아도 먹는다.

보이기만 하면.

그러니 주위에 먹을 것을 늘어놓으면 안 된다.

차곡차곡 정리해서 안 보이는 곳에 놓자.

그러면 잊기 일쑤다.

냉장고와 찬장 서랍장에 콕 박혀있는 저장 음식들을 늘 염두에 두자.



목구멍에 음식을 넘겨 배를 채우는 것뿐 아니라

씹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사람은 쥐의 유전자를 일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갉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

저작기능은 기능면에서 뿐 아니라 욕구를 가지고 있다.

나만 그런가.

오징어를 질겅질겅.

얼음을 콱 깨물고 싶은.



영상을 보면 먹고 싶다.

라면을 안 먹은 지 좀 되었는데...

보통 텔레비전에서 영화에서 라면 먹는 장면을 보면 먹고 싶다.

영상을 안 보면 안 먹고 싶을까.

책에서 나온다.

라면 먹는 장면을 세 줄로 서술하고 있었다.

놀랍다. 이런 장면이 눈에 딱 들어올 줄 몰랐다.

나는 정말 먹는 데 진심인가 보다.

책을 읽고 난 뒤 라면 끓여 먹을 타이밍만 엿보고 있다.

책이 언제나 유용한 건 아니다.

나에게 라면을 먹으라고 부추기다니.



라면만 그럴까 자장면도 그렇다.

입가에 묻은 짜장 소스는 라면 면발의 후루룩 거림보다 더욱 치명적이다.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은 안 먹고 짬뽕만 먹는 나인데.

매번 입술에 묻은 까맣고 윤기 나는 짜장 소스에 현혹되어 중국음식을 먹으러 간다.

현혹되지 말자.



밥시간이 되면 먹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못 먹는다.

밥때를 놓치면 안 된다.

그런 이유들을 댄다.

때를 좀 놓쳐도 되고, 한 끼 건너뛰어도 되는데 무슨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한 끼를 안 먹으면 밑지고 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신이 나에게 주신 선물을 마다하는 것 같은?

삼시 세 끼는 누가 정했단 말인가.

때가 지났다고 서글퍼하지 말자.

다음 끼니가 금방 다가온다.



배에서 꼬르륵 신호가 울리면 당연히 뭔가를 먹어야 한다.

배꼽시계는 정확하다지 않는가.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한밤중에도 울리는

꼬르륵 그 소리가 배꼽시계가 맞기는 맞는 건가?

주린 배를 상징하는 ‘꼬르륵’ 소리의 정체를 정확히 규명하라.



먹어야 하는 이유, 먹을 기회가 너무 많다.

먹어야 충전이 되는 배터리처럼.

주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신세라서

그렇게 만들어져서 그런 걸까.

용량이 작아서.

그럼 용량이 커지도록 배를 키운다면 달라질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배의 크기가 뭔 상관이랴.

내 뱃속의 크기는 인간의 것이지만 식탐은 고래 뱃속보다 커다랗다.



먹는 욕구는 생존과 관련되어 범접할 수 없는 크기를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속을 몰라서 나는 매일 먹는 것에 끌려 다니며 사는 건 아닐까.



먹는 욕구는 끊임이 없고

밥 때는 찾아온다.

모자라지 않는 많은 먹거리에 감사하며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닌

잘 먹고사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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