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

29 케이크 한 입

by 눈항아리

남편의 생일이다.

우리는 늘 퇴근 후 촛불을 분다.

가족 모두 모인 시간이 그때라서 그렇다.



남편의 생일 전날, 12시 ‘땡’하면 촛불 불까?

막내딸 복실이의 의견이 나왔다.

학교를 가야 하니 일찍 자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아침밥은 안 먹더라도 아침에 케이크 촛불을 불자는 의견이 나왔다.

나의 주장이었다.

먹고 싶어서 그랬다.

케이크는 안 좋아하는데도 그랬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안 좋아하는데 그랬다.



저녁 시간은 어떨까?

넌지시 큰아이들에게 물었지만 아들들은 굳건히 한밤중에 촛불을 불자고 했다.

저녁밥 먹을 새도 없이 바쁜 중고등 아들들이니 당연했다.



학원을 하루 쉬라고 할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이 엄마 이상하다.

고작 케이크 하나 때문에 학원 땡땡이를 생각한다.



결국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여덟 명의 가족이 모였다.

불을 끄고 촛불을 불었다.

늘 그렇듯 남편이 초를 꽂고 불을 붙였다.

모두 노래를 불렀다.

남편이 후~ 촛불을 껐다.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다들 한 조각씩 먹는데 나는 안 먹겠고 했다.

지난번 아이스크림 케이크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모두 먹는 분위기다.

이런 순간 튀면 안 된다.

있는 듯 없는 듯 묻어가기.

먹는 것과 같은 분위기 연출하기에 돌입했다.

안 먹는 것은 아니지만 양껏 먹지 않기 위해

나름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



케이크 한 조각에서 3분의 1을 덜어 내 접시에 담았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케이크를 먹었다.

노란 크림, 노란 케이크 시트, 노란 고구마.

달콤함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얼마 만에 먹는 야식인가.

만족과 행복의 의미를 입에 물고 순간을 맘껏 즐겼다.

낮에 먹었다면 그 맛을 느끼지 못했겠지.



남편의 생일은 야식의 관점에서 보자면 무사히 지나갔다.

100일 야식을 참는 동안 가족 생일이 두 번이나 더 있다.

야식 참기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상황에 맞춰 잘 처신하는 사람이 되자.

오늘 케이크를 한 입 먹었지만 슬기롭고 지혜롭게 잘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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