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이 곡식이라고
조의 조상님, 야생조 강아지풀
장미꽃의 계절이 갔다. 더위를 피해 나뭇잎 그늘이 절실한 여름이다. 정원에는 고정 멤버들의 꽃들만 피었다 지는 줄 알았다. 그것마저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날들을 보냈다. 현란한 색깔을 자랑하는 꽃 이야기만으로 가득 찰 줄 알았던 정원 속에 철철이 바뀌는 들풀의 이야기가 어느새 자리를 잡았다. 뿌리가 얕으며 금세 뽑혀 나가기도 하고 빈자리를 또 다른 녀석들이 메우는 진기한 자연의 섭리를 관찰하고 있다. 새삼 들풀은 참으로 빨리 크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구나 싶다.
지난주 안 보이던 강아지풀이 어느새 자리를 잡고 열매를 맺었다. 언제 강아지 꼬리를 매달았는지도 모르게 어느 날 아침 불쑥 나타났다. 씀바귀 마냥 정원 한쪽 밭을 전부 차지하며 우르르 몰려 피었다면 잡풀을 언제 뽑나 걱정부터 앞섰을 텐데 하나 둘 많아야 서넛이 전부인 아이들이 귀엽기만 하다. ’ 강아지풀을 뽑아 버려야지.‘ 이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대신 바람 그네를 타는 녀석을 하나 꺾어가 손에 흔들고 다닌다. 요 녀석 귀여운 것이 인생 전략이 분명해 보인다.
귀여운 것이 여러 개라면 귀여워 보일까. 개체수가 몇 안 되니 더욱 눈에 띈다. 손으로 쏙하고 뽑으면 이삭과 잎 하나만 쑥 뽑힌다. 매끈하게 뿌리와 아래 잎들과 분리된다.
줄기는 다른 들풀보다 많이 가늘다. 하지만 튼튼하다. 비가 오면 벼가 익어갈 때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물기를 머금은 열매들이 줄기 끝에 매달려 애처로운 모습으로 이삭을 축 늘어뜨린다. 땅에 가까워질수록 완만하게 휘어지는 곡선의 변화가 또 멋지다. 꼿꼿하게 서 있는 젊은 녀석들도 곧 익어가면 이삭을 지탱하며 살짝 굽히며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어낸다.
벼랑 많이도 닮아 저것을 먹을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알맹이가 작아도 너무 작다. 그래 녀석의 정체가 궁금하기는 하다. 잡초를 나물 반찬이 아니라 곡식으로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녀석의 정체를 찾아보니. 벼과 식물이다. 조의 조상, 야생형이란다. 벼랑 닮아도 너무 닮기는 했다.
심봤다!
곡식이 맞단다. 오랜 옛날에는 먹기도 했다는데 조상님들 저것을 먹으려면 얼마나 많이 모아야 했을까.
강아지풀 곡식이 많이 자라라고 이삭을 손으로 훑어 정원 이곳저곳에 뿌려주었다. 많이 올라오면 수확을 해서 볶아 먹을까, 삶아 먹을까, 밥에 같이 안쳐 먹을까. 익지도 않은 푸르뎅뎅한 낟알을 뿌려봤자 싹이 올라오기는 하겠냐마는.
혹시 모른다. 언제 누군가 ‘강아지풀 밥’이라며 몸에 좋은 신메뉴라고 내놓을지.
바람에 흔들흔들 즐기는 녀석들 오후의 따사로운 태양빛을 받으며 익어간다. 어수선한 정원에서 어쩐지 햇볕 쨍한 곳에만 올라오는가 했더니 열매를 익히려고 그랬나 보다. 한가로운 정원을 보며 강아지풀을 키우는 농부의 마음으로 쑥쑥 크라고 응원했다. 여긴 밥집이 아니니 ‘강아지풀 라떼’ 같은 메뉴를 개발해야 할까.
남편사장은 정원 관리를 위해 장비를 또 샀다. 노란색 트리머로 영산홍을 깔끔하게 이발해 주고 마당에 가지를 흩뿌려놨다. 풀 뜯어먹을 궁리를 하기 전에 마당을 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