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여유다. 여유란 시간을 초월한다.
네 아이를 학교에 차례로 내려준다. 막내 딸아이의 뒷모습이 건물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가 엄마로서 아침 임무 끝이다.
그리고 출근이다.
출근을 하면 룰루랄라일까. 오픈 전까지 준비할 것이 태산이다. 차에서부터 가게 주방 문을 열고 들어갈 때까지 짧은 순간 평소와 다름없는 마당을 빠르게 가로지른다. 평소와 같은 초록이들 사이에서 어제와 다른 점을 찾으면 새로움이 반가이 마음으로 들어온다. 하룻밤 사이에 새로움을 안고 찾아오는 그들. 놀라운 밤의 조화일까. 매일 신경을 쏟고 있지 않아서, 가끔 보아서, 그 아침에 눈에 띄는 것일까. 바쁜 걸음을 쪼개 걸음을 멈춘다. 늘 가방 2개 이상을 짊어진 아침, 가방을 뒤져 핸드폰을 꺼내 들고 새로운 그들을 사진에 담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게 쌓이는 사진들, 메모, 생각의 조각들이 한가득이다. 집 현관을 나오면서, 출근길 창문을 통해서, 비 오는 날 캄캄한 퇴근길에도 순간이 쌓이다. 그 순간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한다. 메모를 들여다보고 재미있는 일은 싱긋 웃기도 하고 글로 적기도 한다. 마음속에서 무궁무진하게 늘어나는 것. 그건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무엇이 계속 늘어 간다.
쌓이는 사진, 생각, 머릿속을 맴도는 이미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무르는 글쓰기만큼 여유가 쌓인다. 생각만큼 여유를 부리게 된다. 찰칵하는 짧은 순간이 머릿속에서 무한대로 늘어난다. 유한한 하루라는 시간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건 신기한 경험이다.
그건 다 글쓰기를 시작한 덕분인 것 같다.
글쓰기는 여유다.
마음이 한없이 넓어지고 생각이 이어지고 이어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여유가 주어진다. 그래서 자꾸 글을 쓰고 싶은가 보다.
여유가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 생기는 여유가 좋아서 오늘도 끄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