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퇴근길

by 눈항아리

습기를 머금은 대기에 빛을 뿌려주는 가로등. 가로등 아래를 달리는 퇴근자. 시원한 물줄기로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려는 듯 나의 길을 밝혀주며 점점이 내려오는 빛물. 빛의 포말을 한 움큼 손바닥에 받아낸다. 달리는 까만 철지붕도 밤의 빛물을 받아 한낮의 열기를 식힌다. 그건 사실 에어컨의 조화이기도하고 태양이 사그라들고 남은 밤의 기운이기도 하다.


습한 대기를 가로질러 퇴근한다. 쨍한 가로등을 지나 깜깜한 들판을 지나 건넛마을 비추는 한가한 가로등을 하나 둘 스치고 간다. 숲이 시작되는 산마을 아래 자그마한 빛의 선율이 흐른다. 도롯가 반사경이 점점 작아지며 주황불을 밝히고 굽어진 길을 따라 은은하게 따라온다.


산 아래 집으로 가는

퇴근길

빛무리가 반겨준다.



일 년을 하루 같이 핸드폰과 패드와 책을 동무 삼아 읽고 쓰고 보더니. 눈이 침침해질 만도 하다. 퇴근길 불빛이 예전과 다르게 더욱 반짝인다. 퍼지는 빛줄기가 더 많아졌다.


나이 든 부모님은 밤 운전이 어렵다는데. 빛이 퍼져 보여서 그렇다는데. 내 눈에 그런 징조가 보이는 것일까. 지금은 반짝이 빛줄기가 더 많아져 감상하기 퍽이나 좋은데 더 많이 퍼진다면 눈이 감당할 수 있을까.


내 눈이 늙어 가나 봐.

노안인가 봐.


노화되어 가는 눈은 내일 걱정하고 오늘은 그저 내려오는 빛줄기를 맞으며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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