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맞이하는 학생의 자세

개학하고 방학 숙제 몰아서 하기

by 눈항아리

개학 전날 꼬마 둘은 바쁘다. 그동안 열심히 놀았으니 방학 숙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초2 복실이는 방학 알림 종이를 잃어버린 이력이 있어 가방에 고이 모셔두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방학날 말씀하셨다.


‘방학 숙제를 해오지 않으며 한 달 내내 남아서 숙제를 해야 해. ’


아이는 선생님 말씀이 무서워 방학 내내 말로만 숙제를 해야 한다며 엄마를 쪼아댔다. 숙제라고 별 것이 없다. 매일 독서 체크, 운동 기록하기. 자유 과제가 전부다. 운동 기록을 안 하여 머리를 싸매는 아이. 아무거나 적으라는 엄마의 말에 선생님이 “양심적으로”를 강조하셨다며 계속 머리를 짜낸다. 그러곤 운동을 했는데 생각이 안 난다며 커다란 물음표를 그려 넣는다. 물음표가 연달아 두 개다. 자유 과제 하나는 피아노 동영상을 찍어달란다. 수월하게 통과했다. 마지막 과제가 문제다. 구구단 외우기가 두 번째 자유과제. 왜 구구단을 외운다고 했을까. 그런데 굳이 또 써가야 한단다. 2단부터 9단까지 몰아서 쓰기 시작한다. 외우기는 난감하니 중간에 3단 하나라도 외우기를 바라며 공책 한쪽을 네 칸으로 나누어 4회씩 쓴다. 언제 다 쓰냐며 울상을 짓다가 선생님의 ‘무시무시한’ 말씀이 생각나는지 꾸역꾸역 쓴다.


옆에서 4학년 오빠 달복이는 그런다.


“방학의 재미는 숙제 몰아서 하기지. ”


‘그래 너는 숙제를 다 하였느냐. ’


달복이는 역시나 숙제를 안 하였다. 방학 알림 종이가 사라졌다. 사라져도 괜찮다 아이야. 엄마가 써주마. 복실이에게 준 것과 똑같은 엄마의 공책 새것을 하나 더 가져와 첫 장부터 쓴다.


1장 2024년 8월 1일 / 독서 / 운동 / 공부

2장 2024년 8월 2일 / 독서 / 운동 / 공부

3장 2024년 8월 3일 / 독서 / 운동 / 공부


이렇게 30쪽까지 반복하던 엄마의 손길이 멈췄다.


”엄마 찾았어!”


‘그래 참 잘했다. 우리 아들. ’


<달복이의 방학 숙제>

1. 날짜별로 독서, 운동, 공부에 체크를 한다.

2. 사진을 찍어서 올린다.

3. 독서록을 몰아서 기록한다. 끝!

과연 이것이 전부였을까.


숙제가 고이 담긴 가방을 메고 아이들은 신나게 학교에 갔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학교 앞 문구점에서 새 실내화를 사 신고 교문을 들어섰다. 복실이는 오랜만에 만난 같은 반 친구 셋이서 나란히 손에 손을 잡고 들어갔다.


드디어 자유다!


남편과 모닝커피를 마셨다. 얼마만인지 감개무량이다. 이런 게 자유요, 여유요, 평온함이구나. 학교가 나에게 준 자유에게 감사를 드리며 온전히 누리는 하루였다.


그러나 시간은 늘 그렇듯 빠르게 흘러갔다. 눈 깜짝한 것 같은데 아이들이 하나 둘 돌아왔다. 마치지 못한 방학 숙제를 안고 돌아온 복실이와 달복이. 복실이는 동영상을 다시 보내야 했다. 달복이는 수학 문제집 푼 것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수학 문제집을 뒤적인다. 책꽂이를 뒤적이는 것이 아니다. 머리로만 어디에 펭귄이 있는 수학 문제집을 보고선 한숨만 내쉰다. 행동파 엄마가 문제집을 펼쳤다. 아주 깨끗하고 하얗다. 연필의 선이라고는 하나도 안 보인다. 언제 주문한 것인지 기억에 없지만 내가 사둔 것이 분명해 보이는 4-1 수학 문제집이다.


”엄마가 수학 문제집 제출하는 건 아니라고 해서 안 풀었어. “


”응 그래. 그럼 학교 가서 문제집 안 풀었어요라고 말씀드려. “


”...... “


아이는 대답이 없다. 첫 장을 열고 연필을 꼭 쥐여주었다. 한숨을 푹푹 내 쉬며 억과 조가 나오는 숫자의 네모칸을 채운다. 요즘은 조 단위를 배우는 가 보다. 돈 단위가 많이 올랐다. 우리는 조 단위를 배웠던가? 한참을 앉아 1단원의 끝이 보인다. 4학년 1학기는 전체 6단원이다. 마지막까지 풀 수 있을까 과연.


‘그러길래 방학 숙제를 왜 감추고 그랬냐. 엄마가 봤으면 이러저러하게 하여라 안내해 줬을 텐데.‘


게임하기 전에는 늘 영어 공부를 했는데 그걸 가지고 가면 안 되냐고 하니, 국어와 수학 중 하나를 가지고 가야 한단다. 애가 마르는 아들을 대신해 수학을 풀어줄 수도 없고, 엄마는 책꽂이를 뒤적뒤적했다. 4-1 수학 문제집보다 조금은 가볍고 여백이 많은 또 다른 문제집을 찾았다. 분수가 대부분인 문제집은 100여 쪽 정도다. 3, 4 학년 대상으로 하는 분수 계산 문제가 대부분이다.


”오호! 달복아 이거 풀어서 가져가면 안 될까? “


아이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런데 이거 다 풀 수 있을까? ‘


걱정과는 다르게 달복이는 의지의 한국인이었다. 저녁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꿋꿋하게 한 자리에 앉아서 문제집을 풀었다.


”엄마 이제 반 정도 풀었어. ”


자신만만한 달복이, 그때 슬쩍 확인한 페이지는 56쪽을 펼쳐놓고 있었다.


’ 아이야 장하다. 역시 멋지다! ‘


집에 도착해 계속 문제 풀이를 하는 달복이에게 먼저 씻으라고 하였다. 87쪽을 펼쳐놓고 아이는 샤워 중이다.


’ 너의 분수를 응원해! ‘


달복이는 분수를 잘 아는 어린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방학 숙제는 역시 몰아서 해야 맛이다.


보기 아주 딱하고

참 재미나다.


엄마 어릴 적에는 탐구 생활을 몰아서 했었는데. 그땐 날씨를 쓰는 게 제일 고역이었어.


씻고 나온 달복이는 숙제는 잊고 복실이와 신나게 공놀이 중이다. 두 번을 재차 숙제를 상기시켜 주고 나서야 연필을 들러 오는가 하였더니 물을 마시고 하는 말.


“육개장 먹고 싶다. 허기진다. “


그래 방학 동안 풀 문제를 하루에 몰아서 풀려니 허기가 지겠지. 아이는 87쪽을 펼쳐두고 돌아올 줄 몰랐다. 머리를 말리며 괴성과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달복이는 과연 내일 수학 문제 풀이 방학 과제를 학교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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