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술 연습

by 눈항아리


20센티미터 사각기둥(아연각관) 뒤에 숨은 아이. 얼굴을 기둥에 감추고 또 무슨 장난을 치고 있는 걸까?


코를 파서 먹나? 입으로 손수 손톱 정리를 하고 있나? 손은 가지런히 내렸는데 기둥 뒤에 얼굴을 정면을 가리고 뭘 하는 걸까? 손톱을 씹어 먹는 중이거나 무슨 이상한 봉지의 단물을 빨아먹는지도 모른다. 캔디 봉지의 은박도 입에 들어가면 색깔이 쪽 빠져서 투명으로 나오는 진귀한 입 되시겠다. 뭐든 입으로 맛보아야 하는 투철한 실험정신을 가진 녀석의 숨바꼭질이 걱정된다.


“달복아!”


달봉이가 워낙 유명해 맞춤법 검사에서는 늘 ‘달봉이‘로 바꾸라고 종용하지만 우리 아들은 달복이가 맞다. 자꾸 달봉이라 바꾸라고 하지 말라. 3남 1녀 중 셋째, 복이 남매 중 귀하디 귀한 셋째 아들이다.


“달복아! 뭐 해? “


“제가 은신술을 펼치고 있어요. “


공중부양술에 이어 이제는 은신술이다.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머리 양쪽이 다 튀어나왔지만 정 자세로 서서 그건 은신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녀석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는지 심히 궁금하다.


계단으로 다다다다 올라가 이번에는 2층 난간에 머리를 내밀고 엄마를 부른다. 짧은 머리카락이 덥수룩해 보이며 중력의 영향을 받아 아래를 향해 축 늘어졌다.


“너 뭐 해?”


“이건 머리 공중부양술입니다. ”


아이야 머리를 집어넣어라. 떨어질라.


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온다. 방학 때 새로 산 <전지적 독자 시점 파트 4>를 무한 반복해서 읽는다. 30분 글로 읽으며 전투 준비를 한다. 그 후 실전 투입을 위한 전투 훈련 게임에 돌입한다. 왜 게임은 다 싸움질을 하고 총을 들고 다니는지 당최 이해를 할 수 없다. 낚시를 하거나 잡초를 뽑아 팔거나 집을 짓는 게임도 다 한 때. 주로 총이 아니면 칼, 활, 도끼 등 다양한 무기를 들고 다닌다. 전투복을 갖추고 식량도 챙긴다. 속도 증가, 체력 증가, 은신술 등의 능력은 덤으로 갖춘다. 데리고 다니는 애완동물과 비슷한 친구들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게임의 세계는 무한하다. 엄마가 그만이라고 말하기 전에는 끝낼 수 없다. 복실이가 오면 유튜브를 시청한다.


학교에서 돌아와 학교에서 보낸 시간만큼 또 다른 세상에서 바삐 돌아다니는 달복이. 그 녀석은 과연 현실과 다른 소설, 게임, 동영상 속의 세상을 구분하고 있을까? 숨바꼭질이 아니라 은신술을 펼치고 비행기가 아니라 공중부양술을 고집하는 달복이.


현실로 인도하기 위한 엄마의 노력은 늘 가상하다. 감성 동화를 읽으라며 ‘독자’와 책을 읽는 달복이 옆에 넌지시 동화책을 놓아준다. 동화책을 스스로 읽을 리가 없다. 식상하단다. 그러면 기대치를 한 단계 낮추어 학습 만화를 놓아준다. ‘독자’와의 대화가 끝나면 가끔 만화책을 집어든다. 누가 ‘독자‘를 만나게 하였나!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이 ’ 독자‘임.

핸드폰을 계속 보고 있으면 ‘내려놔, 치워 ‘ 등의 말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준다. 달복이는 어느 날부터 핸드폰을 차라리 집에 두고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게임을 할 때면 초 집중 상태라 건들면 안 된다. 지난번 장난 삼아 유나이트에서 전투 중인 남편의 두 눈을 가렸다 된통 혼난 적이 있어서 게임할 적에는 아이들도 건들지 않는다. 끄기 10분 전에 미리 알람을 준다. 10분 후에 강제 종료 알람이다.


달복아 우리 오늘은 현실 세계에서 잘 지내보자. 달복이는 지금 꿈나라에 있다. 그곳은 또 다른 세계.



은신술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눈썰미가 좋아서 바로 찾아내더라고요. 열심히 연습하면 확실히 제 모습을 감출 수 있겠지요? 은신술 다음은 축지법을 연습하려고 해요. 공부할 것이 정말 많은데 엄마는 자꾸 쓸데 없는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합니다. 공부의 세계는 정말 넓은데 말이죠.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은신술을 마스터하신 여러분의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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