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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Sep 12. 2024

야밤에 치킨집에서 2

남편의 눈은 유난히 크다. 안 그래도 위아래로 큰 눈을 치켜뜨면 좀 무섭게도 보인다. 그 눈이 크고 동그랗게 확장되었다. 그 남자를 노려보는 것 같다. 그러더니 금세 커다란 눈동자는 작아졌다. 눈가에는 얼른 주름을 만들었다. 짜증이 제대로 났나 보다. 찡그린 남편의 눈매가 심각하게 찌그러지는 것 같다. 곧이어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왜 치킨을 ~~! “


‘뭐라고? 뭔 일인데? ‘


치킨이 어쨌다는 말인가. 우리를 건너 왜 옆 사람에게 소리를 치는 것인가. 대체 무슨 일일까.



중년의 남자는 자리를 얼른 피하고 싶은 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빨리 나갈걸. “


‘왜? 무슨 일이야! ’


남편은 큰 소리를 친 뒤 꾸벅 인사를 했다. 인사를? 머쓱한 표정으로 그 큰 눈을 구겨 반달 모양을 만드느라 눈가에 주름을 잔뜩 만들고도 모자라 눈 아래에도 두 줄 주름을 잡았다. 대체 무슨 일인 걸까. 호의적인 남편의 말투에 무슨 사달이 난 것은 아닌 듯했는데. 자리로 돌아와 앉으면서도 연신 웃으며 감사하다고 했다.


무슨 감사?


옆자리에 앉았던 손님이, 할아버지는 아니지만 할아버지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 손님이 계산을 하면서 우리 치킨 값을 대신 내준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처음 본 사람들에게 말이다. 애들이 너무 예쁘다고, 고생이 많다며, 애국자라며 추켜 주시던 말이 빈 말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 모두 감사 인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치킨 가게를 나왔다. 그 흔한 로또 만원도 당첨 돼보지 못한 우리인데 이런 멋진 행운이 당도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냥 집에 가도 되는 걸까? 캄캄한 골목길에 세워둔 차로 걸어가면서도 치킨집을 몇 번이나 되돌아보았다.


모르는 분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

야밤의 치킨.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

후라이드 한 마리와 양념 한 마리.

하늘에서 치킨이 수없이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감사를 갚을 방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찾으려면야 찾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감사인사를 받으려고 그분이 치킨 값을 대신 계산했을까? 빨리 나가 그 자리에서 생색을 내고 싶지 않았던 그분.


‘그날 그 야밤에 치킨값 내주신분 찾습니다! ’


그래야 할까?  모르는 이에게 선의로 받은 호의는 어떻게 되돌려주어야 할까? 우리는 생각했다.


우선은 즐기자! 이렇게 좋은 날!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날아갈 것 같다. 아이들도 기분이 좋은지 편의점에 들르자고 한다. 치킨 후 라면이지만 밤이 많이 늦었으니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들어가기로 했다. 늦은 밤 문 연 마트는 없고 집 근처 시골 편의점에 들어 2+1 아이스크림을 종류별로 샀다. 봉지에 가득 아이스크림을 담으니 왠지 아이스크림까지 선물로 받은 기분이다. 내 통장에서 돈이 나가는데도 기분 좋은 이 느낌은 뭘까?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보답하자. 사람이 은혜를 받았으면 보은은 해야지. 우리가 받은 만큼 세상에 돌려주자. 더 많이 돌려주면 더 좋겠다.”


“우리는 누구 치킨을 사 줄까?”


‘그게 치킨이 될지 뭐가 될지는 모르겠다 달복아. ’


그러나 아무런 대가 없이 받은 호의가 우리 가족들 마음에 깊은 감동과 기쁨으로 다가온 날이었다. 행운의 선물이 무려 치킨이라니! 이 치킨은 그날 우리 가족의 인생 샷이다. 기쁨, 즐거움, 행운 그리고 감사.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알려준 귀한 분께 감사의 긴 메아리가 전해지기를 바란다.


감사합니다.

치킨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인생 치킨이랍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치킨이 다 있다니요!

예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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