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풀 향이 그윽하다. 전골냄비에 둥둥 떠다니는 저 초록 풀을 보라. 라면 두 개를 끓여 셋이서 나누어 먹는다. 요리사는 복동이. 달복이와 복실이는 수혜자. 권력자의 지시에 묵묵히 따라야 한다.
복동이는 저녁을 일찍 먹고 학원을 돌다 10시가 돼서야 끝났다. 배가 고플 만도 하다. 오랜만에 스스로 라면을 끓인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열심히 공부를 한 것일까. 체중 조절을 까다롭게 하는 녀석이 오랜만에 라면을 먹는다. 그만큼 에너지 고갈인 것일까. 동생들 작은 밥그릇에 면을 한 번씩 담아주고 끝이란다. 금세 한 그릇 다 비운 꼬마들. 아쉽다. 그래도 오빠가 너구리 어묵을 넉넉하게 줘서 기분이 좋다. 집게로 골라서 몇 개 더 넣어줬다. 오빠 최고! 형아 최고!
“오빠 국물. “
“국물은 셀프! “
복실이는 용감하게 전골냄비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으려고 한다.
“복실아 국자 찾아와. ”
순순히 일어나는 복실이. 기다란 볶음용 나무 숟가락을 가져오는데 쇠숟가락보다도 국물이 안 퍼지고 급기야 퇴짜를 맞았다.
“쇠숟가락 가져와. ”
오빠의 말에 또 얼른 일어나 숟가락을 가져온다. 오빠는 스무 번에 걸쳐 국물을 퍼준다. 달복이도 퍼준다.
국물 배급을 받은 달복이, 라면 국물에는 늘 밥을 말아먹었다.
“엄마 밥 있어요? “
“국물이 적어서 안돼. “
밥도 못 먹게 선을 그어버리는 복동이. 국물 몇 숟가락 더 얹어주지 쪼잔하기는. 달복이는 얕은 물에 젓가락을 찰박거리더니 몇 모금 마신다.
복동이는 남은 라면은 다 자기 것이라는데, 두 개를 끓였으니 하나 분량은 자기 분량이라는 것이다. 꼬마들 둘에게 한 번씩 퍼줬으니 할당량을 모두 나누어 준 것이란다. 급기야 라면 건더기를 건져가려는 동생들의 포크와 젓가락을 방어하는 복동이.
아주 쪼끔만.
초록 풀을 건져주는 복동이
한 발 양보해 너구리 어묵을 던져주는 복동이
인심이 좋네 그랬는데 이제는 급기야,
전골냄비를 통째로 자신의 가슴 앞에 놓고 건더기를 건져 먹는 복동이.
배고팠구나.
그래 철근도 씹어먹을 나이지. 그래그래.
그러곤 혼자 맛나게 면을 건져 먹으며 달복이에게 라면 끓이는 법을 전수해주고 있었다.
물의 양에 관한 심오한 대화.
라면에는 400에서 450의 물을 붓는다며,
면마다 다르다는데,
너구리는 마이너스 100,
신라면은 마이너스 150,
컵라면은 정지선까지.
아하!
전수받은 달복이 다음번에 라면을 끓일 수 있을 것인가.
복동이 이제는
국물을 그릇에 담아 호로록 거린다.
“국물 쪼금만! “
“안돼.”
야박한 형아네.
달복이는 빈 그릇을 두드리더니 그릇을 긁어먹는다.
복실이는 집게로 라면 부스러기를 집어 달복이 오빠 그릇에 놓아주는데 달복이는 젓가락으로 맛있게도 또 긁어먹었다.
복동이의 커다란 입 속으로 마지막 라면 국물이 호로록 하고 들어가자 복실이가 입맛을 다시며
“나도 국물 먹고 싶다. ”
입맛만 다시던 달복이는 애처로운 눈빛을 하며 엄마를 본다.
“엄마 내일 저녁에 라면 같이 끓여보면 안 돼요? ”
“그러자. 야식은 안 되고 내일 저녁에 같이 끓이자. ”
라면 하나로 애간장이 다 녹는 이 밤.
라면을 끓이는 자는 수상한 야식 나라의 권력자.
전골냄비는 바다향이 그윽하다. 미역은 다들 싫어하는지 냄비에 초록이 덕지덕지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