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농사가 나름 풍년이다.
생강 화분을 들고 나고
밤낮으로 물 주고
선풍기를 달아주고
온풍기를 틀어주고
비닐을 덮고
차양막을 씌워주고
바람에 날아가는 걸 다시 달아매고
제초매트, 깜장 비닐을 씌우지 못해
마구 자라는 풀을 매 주기가 몇 번이었던가.
모기에게 뜯기고
깔따구에게 물리고
벌에게 쏘이고
엉덩이 의자 하나 졸랑졸랑 달고 앉아
호미 들고 쇠스랑 들고
고랑으로 이랑으로
분주한 손이 몇이었던가.
생강 농사가 나름 풍년이라
고생은 씻은 듯할까?
들어간 품에 비하면
저 생강을 택배로 편안하게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우리가 농사 지었소.
농약 비료 한 번 안 준
무농약, 유기농 생강이오.
그 말 자랑삼아 건네는 게
뿌듯하기만 하고.
작은 불로 푹 고아 만든
생강청 고운 빛깔에 한 번 반하고 두 번 반한다.
서늘한 바람 부는 마당에 서니
저녁 바람에 알싸한 생강향 실려온다.
투명한 병에 누리끼리 고운 빛깔
쪼르르 따라 가득 채워야지.
달큰하고 알싸한 생강향
아담한 병 쏘옥 담기겠지.
내일 끓일 생강도 까야하는데
우리 낭군님은 왜 안 오시는지
오늘 까야 또 내일 끓이는데
오매불망 기다리니 얼른 오시오,
우리 낭군.
그런데 남편 사장.
내년에는 생강 사서 하면 안 될까?
생강 농사가 풍년이면 뭘 하나
농부의 품값은 아무리 해도 안 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