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반짝반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보나 Nov 07. 2024

서리 맞은 생강은 더욱 매섭다

서리 맞은 생강은 더욱 매서웠다.

초록 이파리를 떼어 내고 농사 바구니 하나 가득이었다.

흙 묻은 생강을 낑낑거리며 들고 들어왔다.

왜 남편은 들어달라고 하지 않느냐고 했다.

흙을 털어야 일이 쉬운데 좀 기다리라고 했다.

나도 이 정도는 들 수 있다고.

그냥 들어달라 말할 걸 그랬나.

그냥 남편이 흙을 털고 씻어줄 때까지 기다릴 걸 그랬나 보다.

흙이 묻고 묻어 하얀 장갑이 묵직한 누더기가 되었다.

서리가 내린다고 평소보다 많이 캐 온 생강이었다.

수도는 왜 얼어버려서 흙을 씻어주지 못했을까.

평소 말간 속살만 보다 만난 생소한 흙덩이 생강,

기다랗고 굵은 뿌리 수염이 한가득인 그 녀석을 만나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난감했다.

작업하기 좋게 남편이 아침부터 손질을 많이 해오는구나.

수도가 얼어버려서 알게 되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그 위에 면장갑을 꼈다.

수염 같은 뿌리만 제거하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흙덩이 생강과 하루 종일 씨름을 했다.

어제의 씨름터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모래판 대신 생강판.

아! 일이 되다.

카페 일이 고될 것이 뭐가 있냐고?

흙생강과 싸워보고 말하라.

카페에서 왜 흙생강과 다투고 있는지 원.

그 싸움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곧 하얀 장갑이 아니라 손이 누더기가 될 거다.

두렵냐고?

더욱 기가 찬 것은

해가 갈수록 더욱 수월해진다는 사실이다.

익숙해지고 생강청 그 빛깔은 더욱 고와진다는 사실이다.

그게 슬프다.

나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데.

어느 날부터 생강과 친해졌다.

생강청은 먹지도 못하면서

생강향이 좋아지더라.

생강 한 바구니는 잘 말려 덖어야겠다.

겨울이 오기 전에.

생강 껍질이 나무껍질 같아지기 전에.



매거진의 이전글 생강청 알싸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