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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근영 Nov 24. 2024

나를 아끼자

쉬는 날은 몸이 늘어진다. 팔이 안 올라간다. 어깨부터 손까지 절절 끓는다. “난 설거지 못해. 빨래도 못 개. ” 말하면서 자전거 핸들을 잡고 한 시간이 넘게 발을 굴렸다. 타자기도 타닥타닥 잘도 친다. 집안일을 줄이기 위한 꼼수는 아니고 정말 아프다. 아이고야.


아이들 넷이 모여 각자의 빨래를 갠다. 수건은 복실이 몫으로 돌아갔다. 복이는 엄마, 복동이는 아빠, 달복이는 양말을 맡았다. 달복이는 맡은 것이 아니고 맡겨졌다. 일기 숙제를 하기 싫었던 달복이는 일기장을 챙겨 오지 않았는데 엄마와 아빠에게 딱 걸려 아무 공책에 적고 있었다. 모두 빨래 개기가 시작되자 달복이도 차출되었지만 이미 일기 쓰기에 몰입하기 시작해 빨래터에 올 수 없었다. 그리하여 거실 바닥에 남은 빨래는 달복이 것과 양말이었다. 달복이는 일기를 다 썼다. 주제는 김치. 김치와 어울리는 음식을 몇 가지 소개했다. 짜파게티와 파김치, 삼겹살과 김치 등을 적었다. 일기 쓴 공책을 한 장 주욱 찢어서 가져간다고 했다. 가져가야 하는데 일기 한 장이 거실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곧장 빨래를 개러 간다. 빨리 개고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달복이도 빨래를 다 개고 짝이 없는 양말 몇 개가 거실 바닥에 남았다.


밥을 해야 하는데 설거지할 팔 힘이 없다며 앓는 소리를 했다. 라면을 금방 먹은 복이가 게임을 막 시작하기 전이었다. 복이는 복동이에게 설거지빵을 하자며 가위바위보를 제안했다. 복동이는 게임 중이라 설거지를 할 수 없었고 1000원에 협상이 타결되었다. 복이가 설거지를 한다. 게임에 혼을 이미 빼앗긴 터라 핸드폰을 주방 창문 턱에 올려두고 게임 유튜브를 틀어놓고 느릿느릿 설거지를 한다. 온 사방에 물이 튀고 정리가 된 것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개수대의 설거지는 모두 없어졌다. 설거지 시작한 지 30분 만의 일이다. 그릇이 몇 개나 된다고 이렇게 느린 것인지. 그래도 잘했다 고맙다로 마무리 인사를 했다.


주말은 주부에게도 쉬는 날이다.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낸다.


이제 푹 쉬었으니 저녁밥을 해 볼까? 슬금슬금 일어나 느릿느릿 걸어서 어슬렁어슬렁 움직이며 잔머리를 굴려본다.


시골은 시켜 먹을 곳이 없다. 그것이 가장 아쉽다. 주말엔 그것이 하나 아쉽다. 사방에 산과 들 뿐이니 내 손을 움직여 먹을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들에서 막 뽑아온 파 다섯 뿌리가 주방에 존재를 뽐내고 있다.  다음 주엔 재료 말고 조리되어 있는 음식으로 미리 준비하자. 일요일엔 몸이 늘어지고 움직여지지 않을 수 있으니. 내 몸을 내가 아껴 쓰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절대 꼼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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