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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근영 Dec 09. 2024

이 시국에도 일상을 살아간다

나라가 어지럽다.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헬기가 날고 군인들이 중무장을 하고 거리로 나왔다. 국회 창문을 깨고 난입하는 장면이 방송으로 나왔다.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왔다. 보좌관들이 팔짱을 끼고 고성을 지르며 국회를 막았다. 계엄이 해제되었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추운 거리로 나온 고등학생이 있었고 20대 30대도 많다고 했다. 100만이라고도 했다. 모두 탄핵을 부르짖었다. 2002년 월드컵으로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생각났다. 응원봉의 반짝이는 물결이 넘실거렸다. 이렇게 나라가 어지럽다. 나는 여의도에도 가 보지 못했고 보고 들은 것이라고는 인터넷 선을 통해 보는 것이 전부다.


나는 유자를 써느라 바쁘다. 신들린 칼질을 한다. 아침의 등교 전쟁은 늘 같다. 감기는 눈을 달고 출근을 한다. 하루 쉬는 일요일 출근을 했다. 아이들에게 벗어나 약간 기분이 좋았다. 밤 10시, 가을 청이 끝나 축제 분위기가 났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빨래 갤 걱정을 했다. 소파에 앉은 세 명의 남자를 보며 소파가 꺼질까 걱정이 되었다. 삼겹살을 구워 먹은 집이 기름 범벅이었다. 화르륵 열불이 올랐다. 늦은 밥을 먹으려다 포기하고 남편이 준비한 캔맥주를 들었다. 남편은 나를 기다리느라 저녁을 안 먹었다고 했다. 반찬은 없었고 생 삼겹살이 남았다. 다시 삼겹살을 구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직 고기 냄새가 집에서 빠지지 않았다. 조금 열어놓은 주방 창문으로 겨울바람이 세차게 들어왔다. 거실에 앉아서도 추워서 담요를 가져다 덮었다. 캔맥주를 두 개째 땄다. 달복이가 캔 따는 소리가 좋다고 했다. 술 마시는 엄마 모습을 보고 자라 나중에 술을 많이 마시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탄핵이 부결되었다. 시민들은 여전히 빼곡히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청년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러나 나의 평범한 삶은 오늘도 계속되었다.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도 나 개인의 삶이 원만하게 돌아간다. 어느 것이 현실인지 모르겠다. 비현실적인 소식이 계속 전해질수록 일상의 삶이 더욱 소중한 건 왜일까.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을 때 우리는 퇴근 차에 몸을 싣고 달리고 있었다. 어린아이들 넷을 데리고 7번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큰 아이가 전해온 소식에 거짓 뉴스라 치부하고 텅 빈 도로를 달렸다. 계엄이라고 퇴근을 막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 출근을 하고서야 계엄이 있었고 해제가 된 것을 알았다. 평소와 같은 일상인데 인터넷 속은 그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계엄이 있던 그날 밤 단 한 발의 총성이 울리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도했다.


모든 이들의 평범하고 지루하고도 벅찬 일상을 소망한다. 비현실적이게도 이런 비상시국에도 나는 평범하고 지루하고도 벅찬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생각이 들지만 삶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며 오늘을 살아간다. 그리고 내일의 출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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