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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우지 말자

냉장고 문도 조심

by 눈항아리


태우지 말기로 해요, 우리.
잊는다면 불이 날 수 있으니까요.


냄비 태워 먹는 것이야 부지기수다. 어디 하루이틀 일이던가. 생선냄비, 미역국 냄비, 김치두루치기 냄비 등 온갖 냄비 태운 경력이야 줄줄이 나열하면 집안의 모든 냄비를 두 번 줄을 세워야 할 테다. 하하하. 역시 나는 능력자!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태워 먹은 모든 냄비들은 퇴출되었고 이제 남은 냄비와 새로 사는 냄비들은 모두 스테인리스로 바뀌었다. 주전자도 태워먹어 전기포트로 바꾸었다. 그러나 어디 주방 기구에 냄비만 있겠는가. 프라이팬도 한 번 태워보려고 그랬나?


설날 사온 전을 가스레인지에 데우겠다고 올려놓고 거실로 방으로 놀러 다녔다. 그래도 전이 다 타기 전에 먹을 수 있다와 못 먹겠다의 경계 어디쯤 있는 순간에 아이들 고모가 발견했다. 다행이다. 그래도 마지막 데움 전이라 다행이다.


깜빡이는 정신을 어쩔까.


내 깜빡이 증상을 보고선 나이 비슷한 아이들 고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잊은 물건을 냉장고에서 발견하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안경이 안 보여 한참을 찾다 장롱에서 발견했다는 것이다. 장롱 문이 냉장고 문 같아서 병원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는 것이다. 장롱 문과 냉장고 문을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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