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버스를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봤다? ”
“앵?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 아이.
내가 고등학생이 된 첫날이었다. 삼십 년도 전의 일이다. (나 많이 늙었구나 훗) 첫날이었으니 분명 입학식 날이었겠지.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타고 온 정류장 반대편에서 타면 집으로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학교 맞은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여러 대 지나갔지만 집으로 가는 버스는 오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정류장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러다 이상함을 감지하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 집에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그동안 살면서 읍단위 마을에서 본 버스라고는 30번 하나뿐이었다. 버스 운행의 복잡한 세계를 어찌 어린 내가 알았겠는가. 내가 아는 우리 마을에선 버스 노선은 딱 하나뿐이었다. (시골로 가는 다른 번호도 있었지만 그땐 알지 못했다) 읍내를 가로질러 쭉 가서 다른 읍과 만나는 경계에서 기다리다 다시 돌아오는 단순한 노선의 버스였다. 나는 다른 길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당연히 버스는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오겠지 했다.
버스 노선의 세계는 복잡하다. 처음 경험한 고등학생의 깨달음이었다. 버스 노선도를 알아야 한다. 한 번이라도 돌아오는 걸 연습했더라면 그런 기다림은 없었을 텐데. 아버지도 내가 버스를 못 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겠지. 그 소중한 경험 이후로 나는 모르는 도시에 가기 전날이면 늘 밤잠을 못 잤다. 길을 잃을까 봐.
아들이 나와 같은 전철을 밟을까 걱정이 되었다.
“복동아, 엄마는 그랬어. 그래서 네가 길을 못 찾고 헤맬까 봐 많이 걱정했지. ”
요즘은 네비에 다 나와.
맞다. 요즘 인터넷 세계에서는 출발지와 도착지만 입력을 하면 빠르게 가는 시간, 걷는 시간, 버스 타는 시간, 경로, 버스 운행정보, 현재 위치까지 알려준다. 자동차만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보, 대중교통, 자전거도로, 자동차 등 골고루 선택할 수 있다. 아이가 그걸 모를까 봐 일일이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캡처해 보내줬다. 어쩐지 답이 없더라니...
우리 때는 버스 회사에 전화를 했다. 어디 가려면 몇 번 타야 하는지 물어야 했다. 노선도는 버스에 타면 내리는 문 위쪽 어디쯤 간단명료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세상 참 좋아졌다. 복동이는 이제 버스를 잘 탄다. 교통카드가 추가된 체크카드를 찍고 탄다고 했다.
과거 아날로그 세상에 살던 엄마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자녀를 걱정한다. 아이는 물 가에 내놓은 듯 불안하지만 잘 헤쳐나가고 있다. 지도 앱을 다운로드하여 알아서 척척 잘만 간다. 그리고 모르면 누구에게든 전화를 하겠지. 우리 땐 핸드폰도 없었다. 핸드폰이 뭔가 삐삐가 나왔을 때도 참 좋다고 했었다.
엄마라는 사람은 괜한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나의 어리숙한 과거를 듣고 아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극성 엄마를 조금은 이해해 줄까? ‘엄만 내가 바보인 줄 아나 봐.’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좀 귀찮아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버스를 놓치면 기다려야 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들 파이팅! 다음 주엔 날이 좀 풀린다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