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봄바람 부니 자전거를 타고 간다

by 눈항아리 Feb 17. 2025


복동이가 학원에 간다.  봄바람이 살랑 부니 자전거를 타고 간다. 이제는 엄마가 안전운운 할 수가 없다. 버스를 타고 가면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시내로 돌아 돌아간다. 자전거를 타면 기다리는 시간 없이 빠른 길로 간다. 반 정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안다. 나도. 그런데 왜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만 하면 걱정이 되는 걸까.

며칠 따뜻하다 오늘부터 다시 추워진다고 했다. 오늘은 안 타고 나가겠지 했는데, 아이는 자전거 끌고 갈 준비를 한다. 바람을 넣고, 각반을 찾아 바짓단을 잡아맨다. 날이 춥다고 걱정했더니 목과 귀, 입까지 가릴 수 있는 방한 장비도 한다. 안전모까지 알차게 쓰고 장갑도 낀다. 바람은 좀 차다. 그래도 두꺼운 패딩이 조금 더울 것 같기도 하다.

아이는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페달을 굴린다. 커다란 바퀴가 돌아가면서 힘차게 출발한다. 가방에 필요한 것만 넣으라니 다 필요한 거란다. 수학과 영어 학원을 돌아온다. 점심 먹고 출발해 늦은 저녁에 돌아온다.

“중간에 전화 좀 해줘.” 잘 도착했다고 문자라도 하라니 급하게 학원에 들어가면 자꾸 잊는단다. 아이의 자전거에 GPS를 달자는 의견도 나왔다. 복동이가 어디에 안전하게 있는지 알려주는 건 영어학원 선생님이 보내주는 카톡뿐이다. 선생님께 감사를 전한다. 지난번에는 버스를 잘못 탈까, 추운데 많이 기다리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이번엔 자전거 타고 나간다고 또 걱정이다. 밖에 나가기만 해도 괜한 걱정이다.

엄마란 원래 그런 걸까. 걸음마하던 아기가 넘어질까 겁이 나 머리와 팔, 다리에 보호장비를 채울까 고민하다 셋째 때는 드디어 머리에 씌우는 쿠션 모자를 장만했던 나. 밖에 나가는 다 큰 아들의 몸에도 둘러가며 쿠션으로 모두 보호막을 씌워주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 자전거 타고 멀어지는 다 큰 아들의 떡 벌어진 너른 등판을 보며 걱정을 조금씩 내려놓아 본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복동이는 예전과는 다른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놀기 바빴다.  어떻게 하면 게임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궁리를 했었다. 그런 복동이가 일요일에 게임을 안 했다.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문제를 풀었다. 고등학생이 된다고 학원 숙제가 많아져서 그런가? 공부  안 하고 게임만 할 때도 걱정이 되더니, 게임을 안 하고 일요일에 종일 숙제를 하니 또 걱정이 된다. 3학년까지 쭉 달려야 하는데 제 풀에 지칠까 봐서.

복동이가 돌아온다. 다 늦은 저녁에 끝나는 아이가 벌써 돌아온다. 많이 더웠나? 시원한 것이 필요한가? 한낮에 마당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는 아들이 반가워 마중을 나갔다. “뭐 시원한 거 줄까?” 하고 물었는데 자전거 바퀴가 터졌단다. ‘거봐 거봐, 자전거 말고 버스 타고 다니자. 응? ’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넘어질 뻔했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단다. 그러나 넘어져도 넘어지지 않았다고 할 것을 뻔히 아는 엄마다.

아들은 아빠에게 바퀴 바람이 빠지더니 뒷바퀴가 터졌다고 말했다. 15분쯤 자전거를 끌고 걸어왔다고 했다. 남편은 바람 넣는 것을 가지고 다니라며 챙겨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안 다쳐서 다행이다. 다행은 무슨 아빠한테는 넘어져서 무릎을 좀 박았다고 했단다. ‘왜 엄마한테는 숨기는 거냐? 응? ’

자전거는 휠이 휜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트럭에 싣고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당분간은 자전거를 안 타겠지? 남편과 아들은 바퀴가 조금 두꺼운 자전거를 알아본다고 했다. 옆에서 중고 사이트를 열심히 뒤지고 있다. 그냥 버스를 타게 놔두지.


------------------------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는 아이의 뒷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들이 돌아오고 나서야 글쓰기를 마친다. 엄마는 선견지명이 있는 것일까? 그냥 노상 걱정이니 하나 얻어걸린 것이지.

복동이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뽑아줬다. 영어 학원에 갈 땐 패딩 잠바를 벗고 간다고 했다. 저녁엔 추울 텐데 잠바를 입고 가지...

브런치 글 이미지 1



매거진의 이전글 버스를 한 시간 넘게 기다려 봤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