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빨래 개기가 더욱 수월합니다. 저의 입장에서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귀찮은 일 하나를 처리해야 합니다. 주말의 밤을 불태우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 소파의 빨래를 없애야 하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옷을 가지고 재빠르게 사라지는 복이와 복동이, 나타나지 않는 달복이와 복실이. 이제 꼬마들도 빨래 정도는 갤 수 있다는 걸 아는 큰 아이가 남은 옷들을 나눠 할당량을 정해줍니다.
옷 나눠 개기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1. 각자의 옷을 갠다.
2. 복동이가 할당량을 정해준다.
3. 지정하는 옷의 종류는 매번 일정하다.
복동이는 아빠 옷, 복이는 엄마 엄마 옷, 달복이는 양말, 복실이는 수건.
꼬마들 손이 느리니 마지막까지 거실에 앉아 정리하는 게 일상입니다. 나머지 정리를 미루다 바닥에 미처 치우지 못한 빨래가 굴러다니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밤 마지막 양말 정리를 하는 달복이는 제법 전문가답습니다. 양말 짝을 지어 말아 놓는 것도 처음 보는 일이지만 짝이 없는 양말의 처리가 깔끔하기 그지없습니다. 엄마가 매번 하는 것처럼 복실이를 부릅니다.
“복실아 이건 양말 통 위에 있는 짝짝이 양말 바구니에 넣어놔. ”
일사불란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름의 규칙과 지휘체계를 가지고 빨래를 정리해 나가는 아이들은 작은 개미들 같습니다.
그동안 저는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퇴근 후 방전 상태이지요. 소파 사진을 찍으려고 눈을 겨우 뜨고 버티고 있었지요.
아이들의 체계 잡힌 깔끔한 일 처리가 마음에 들었던 상사 엄마는 사진 보고서를 받아 들고 사라졌습니다.
엄마를 재워놓고 다른 가족들은 대체 언제까지 불타는 토요일 밤을 즐겼는지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