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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쉬셨나요?

by 눈항아리

주말은 쉬는 날입니다. 일을 쉬는 날입니다. 그러나 주부의 일은 쉼이 없습니다. 집안일은 계속 생산됩니다. 이런 날벼락같은 주말을 봤나요.

푹 쉴 수가 없다? 그럴 리가요. 주부는 쉽니다. 안면몰수 방구석 이불속에 숨었습니다. 점심 나절까지 늘어지게 자고 있으면 누군가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배고픈 자가 냄비를 들고 덜그럭 거립니다. 물소리도 납니다. 뭘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들어봅니다. 그러곤 또 꿈나라로 갑니다.

아침은 조리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빵 종류를 준비해 놓으면 푹 잘 수 있습니다. 마침 모닝빵이 있습니다. 구세주 빵이지요. 주말의 이불에서 더 구를 수 있습니다.


느지막이 산발머리를 하고 부스스한 눈을 비비고 거실로 행차해 아점을 얻어먹습니다. 설거지는 불려둔다는 핑계를 대고 개수대에 쌓아두고 책을 읽다 또 한 잠자러 들어갑니다. 잠이 오면 빨래도 설거지도 하기 싫습니다.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걸 어쩌란 말인가요.

주말은 쉬어야 하는 날입니다. 그런 믿음으로 손도 쉬고 마음도 몸도 쉽니다.

오후 늦게 주부는 드디어 일어났습니다. 저녁밥은 해 먹어야 합니다. 주부의 의무를 저버릴 수는 없고 한 끼는 해 먹여야 하니까요. 아침도 점심도 안 먹고 주부와 비슷하게 일어난 녀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둘째 복이입니다. 잠이 얼마나 많은지 역시 주말에 몰아서 자는 녀석입니다. 밥을 안 먹고 더 자고 싶다는 녀석이지요. 평일에도 그래서 가끔 머리가 아픕니다.

빨래는 하루에 한 번 개는 것으로 족합니다. 누구 하나 소파에 쌓인 한 무더기의 빨래를 개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행히 주부가 주말의 세탁기를 멈춘 바람에 더 쌓이지는 않았습니다. 가족 누구도 소파에 쌓인 한 무더기의 빨래를 신경 쓰지 않고 한 명의 가족인 양 옆에 끼고 앉아 게임을 합니다. 식사 후 역시 설거지를 물에 불려둔다는 핑계로 개수대에 쌓아두고 빨래를 개려고 했습니다.

빨래를 개자는 주부의 말에 큰 아이 복이의 지휘 아래 빨래 분담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주부는 빨래터 근처에 가지 않고 먼저 설거지를 했습니다. 설거지를 다 할 때까지 양말 몇 개와 주부의 옷가지 몇 개가 남아있어 마지막 정리만 했습니다.

주말에 안 나가고 집에서 뒹굴뒹굴하니 좋았습니다. 일하는 주부가 일요일에 쉬려면 집에서 꼼수를 많이 부려야 했습니다. 남편도 일요일이 하루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저흰 일요일만 쉬니 토요일도 쉬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모두 푹 쉬셨나요?

월요일 다시 힘차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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