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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개화
목련 꽃망울이 터지고 눈이 왔다. 하얀 모자를 뒤집어쓰고 하룻밤을 버티었다. 설중매화 저리 가라 설중목련이요. 오상고절 저리 가라 국화도 울고 갔다. 목련의 시련은 진행형이었다. 나의 애타는 마음에 더해 이겨내리라는 굳건한 믿음이 자리했다. 지난해 겪어봤으니 그저 믿는 수밖에, 바라보며 기도해 주는 수밖에.
목련이 피었다. 나른한 날씨에 무거운 꽃잎 한 장 우아하게 늘어뜨린 채 종일 양파 껍질 하나씩 벗기듯 나긋하게 고운 잎을 펼쳤다. 봄 같던 그날 하나 둘 개화하더니, 여름과 같은 오늘, 하루 만에 모두 활짝 피었다.
나무 아래 서서 목련 뒤태만 구경하고 섰다. 네 앞태 좀 보자며 의자를 밟고 올라가 하늘바라기를 하며 나풀거리는 귀부인의 풍모를 감상했다. 뒤쪽에서 까까머리로 둥그스름하게 이발한 향나무가 내 허리춤을 찔러댔다. 고운 목련 가리지 말라나 뭐라나.
겨우내 푸르죽죽하던 마당에 첫 꽃이 피었다.
손짓 하나, 우아한 몸짓 하나, 앞태, 뒤태
어느 것 하나 곱지 않은 것이 없다.
목련이 활짝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