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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매트에 구멍이 나면

by 눈항아리 Mar 24. 2025

평지 마을보다 추운 우리 밭은 5월 말경 고추를 심는다. 소소한 먹거리는 그 보다 조금 일찍 심지만 아직 밭일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남들 밭에 거름이 뿌려지고 농기계가 들어가 움직이고 깔끔한 트랙터 자국이 보이면 덩달아 우리도 마음이 급해진다.

 

토요일 출근길에는 도로 위 트랙터를 얼마나 많이 만났는지, 경운기는 또 얼마나 만났는지 모른다. 농촌에 봄이 오기는 왔나 보다. 너른 들판에 일하는 이 하나 없어도 기계 하나 들어가 휙휙 갈고 가면 밭갈이가 끝난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처럼 남의 일은 쉬워만 보인다. 옆집도 일찍이 퇴비를 하고 밭을 갈았다.


우리 밭만 아직 제초매트가 씌워져 있다. 고추 지지대가 남아있는 집도 우리 집뿐이다. 고추망은 또 어떤가. 아무리 주말 농부라지만 게으르기가 하늘을 찌른다. 늘어지는 몸은 주말을 아는가 보다. 느긋하게 자고 일어나니 정말 해가 중천에 떠있다. 괜찮다. 우리는 6일 근무자가 아니던가. 몸도 반나절은 쉬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서둘러 밥을 해 먹고 밭으로 나간다.


고추 지지대를 뽑는다. 뽑으려고 했으나 안 뽑힌다. 어찌나 강력하게 박아 놨는지. 땅에 그 많은 쇠파이프를 박을 때 망치로도 모자라 드릴로 박는 걸 봤다. 기계 힘으로 박아놓은 걸 사람 힘으로 뽑으려니 안 뽑히는 게다. 옆으로 흔들흔들해서 뽑아도 안 뽑힌다. 어느 것은 흔들흔들하다 파이프가 휘어졌다. 휘어지면 못쓴다는데 얼른 다시 땅에 박았다. ‘나는 절대 안 망가뜨렸소. 흐흐. ’ 남편은  안 뽑히는 쇠파이프를 지렛대와 같은 도구를 가지고 와 흙에서 분리해 준다.


고추 지지대를 뽑고 나면 고추망을 걷는다. 제초매트 고정핀을 뽑는다. 고랑의 좁은 제초매트를 먼저 돌돌 말아 걷는다. 고랑의 재초매트는 50센티미터다. 지난해 새로 샀으니 몇 년은 더 쓸 수 있다. 2미터 너비의 두둑을 덮었던 제초매트는 걷어서 버리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제초매트 아래 깔아 놓은 점적 호스를 회수하면 땅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4년 쓴 제초매트는 올이 풀려 하늘거릴 정도로 해졌다. 장화로 밟으면 구멍이 난다. 해를 바라본 쪽은 더욱 약하다. 바스러지기도 한다. 한두 해 만에 찢어지지는 않으나 제초매트도 수명이 다하면 버려야 한다. 검정 멀칭 비닐보다 쓰레기가 적게 나올 거라 생각했으나 비닐이나 제초매트나 쓰레기로 재탄생되는 건 똑같다. 비닐은 매년, 제초매트는 4~5년에 한 번 쓰레기가 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제초매트의 부피가 크니 비닐보다 쓰레기 양이 적지는 않아 보인다. 고추밭 두둑이 6개, 75리터 쓰레기봉투 6개. 영농폐기물을 적재하는 곳이 문을 닫아 버릴 곳이 마땅치 않다. 지난해부터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고 있다. 봉투에 넣고 보니 양이 상당하다.


제초매트를 걷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맨 밭이 훤히 드러났다. 고추 두둑이 높기도 높았다. 고춧대 중간에 심어놨던 대파가 높은 두둑에 띄엄띄엄 존재감을 나타냈다. 대파가 대견하게도 겨울을 났다. 대파는 봄을 맞아 후줄근하게 구겨진 하얀 바람막이와 같은 껍질을 벗으며, 초록 잎에 힘을 줘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여섯 줄이던 고추를 올해엔 두 줄만 심기로 했다. 노동집약적 작물인 고추 말고 들깨를 더 심자 했다. 심어봐야 알겠지만 비닐도 제초매트도 씌울 수 없는 생강도 덩달아 심는 면적이 늘 것 같다.


올해는 풀과 잘 싸울 수 있을까. 풀과 적당히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적당히 눈치를 보다 풀에게 밀리는 수가 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sunday far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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