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나에게
슬쩍 건네고 간 간식 바구니.
카라멜콘과 땅콩 한 그릇 주고 간 그.
이것은 무슨 개 밥그릇 같기도 한,
개 밥그릇은 아닌 긴 손잡이가 달린 철 그릇.
요즘 부쩍 먹을 것을 갖다 주는 그.
어느 날은 야밤에
라면에 어묵탕을 끓여 대령해 주는 그.
맥주 한 캔에 푸짐한 안주를 더해 먹고
부른 배를 두들겼다.
잘 먹는다며 다음날
냉장, 냉동을 섞어
어묵을 종류별로 다섯 개나 주문한 그.
그래서 어묵탕을 자주 끓여 먹게 된 우리.
어묵탕에 대파를 엄청 넣은 우리.
겨울이 되어
밭에서 화분으로 옮겨 심은 초록 대파였다.
싱싱한 대파를 잔뜩 넣었는데도
더 넣으라고 했다.
그가.
우리는 파국을 맞이했다.
우리는 파국이라고 하며 엄청 웃었다.
우리의 파국은 끝내줬다.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그러던 그가
변했다.
먹으라고 챙겨줄 때는 언제고
뱃살을 빼라고 했다.
그는 배가 날씬해지고 있다.
운동을 하고 있어서 빠지는 거라며
은근 자랑을 한다.
어제도 그는
나에게
오징어 땅콩 한 봉지를 건넸다.
뜯어서 내 앞으로 밀어주며
자신은 서너 개 주워 먹고 내뺐다.
주는데 안 먹을 수도 없고...
과자 한 봉을 다 먹고 생각해 보았다.
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먹으면서 빼라는 건지.
경쟁자를 살 찌우기 위한
고도의 전략은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에게서 처음 들어본 낯선 말.
살 빼.
살을 빼야 할까.
뱃살은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운동은 힘들다.
2025.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