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빛나고 벌은 꿀을 딴다

실내자전거 아침운동 20분 <내가 달리는 이유>

by 눈항아리

꿀벌은 아침 6시에 일어나 꿀을 딴다. 아니 꿀벌은 더 일찍 일어났겠지. 6시에 내가 꿀벌의 꿀 따는 모습을 본 것이지. 태양은 구름 뒤에 숨어 있다.


여름의 태양은 고추밭 위로 떠오른다. 지난해 고추를 딸 적에 내 머리와 등이 뜨거운 이유가 있었다. 한 여름의 태양은 나의 정면에서 떠오른다. 자전거 위치가 태양에게 박수받는 명당자리다. 태양은 살짝 고개 숙인 내 정수리를 비춘다. 아무리 그래도 머리숱이 많아 머리가 빛나지 않으니 태양아 힘 빼지 말아라. 태양은 소나무 숲 위로 오르며 검은 숲을 더욱 검게 만든다. 자신의 존재를 더욱 과시하는 듯 사방으로 방사형 빛의 손을 펼친다. 태양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하얗게 눈부신 빛 만이 그의 존재를 알린다. 눈을 찌푸리고 태양을 노려본다. 눈에 해롭다. 창문 중간 창틀로 눈을 피해 살짝 겻눈질해본다. 찌릿!


겨울이면 다리 위로 떠오르던 태양이었다. 여름이 되니 북쪽으로 많이 올라왔다. 눈부신 태양을 피해 머리를 숙이고 페발을 밟았다.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추면 왠지 더 힘차게 페달링을 하게 된다. 왠지 진 느낌이다. 분하다.


태양을 마주하자. 나에게는 선글라스가 있다! 사실은 운전할 때 쓰려고 장롱 깊숙한 곳에서 꺼내 책상 위에 버려둔 물건이다. 잠시 자전거를 멈췄다. 20분 자전거를 타며 중간에 멈추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러나 잠시 쉬어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태양이라는 녀석이 좀 거슬려야 말이지. 내 선글라스 짜잔! 다녀오는 사이 태양이 황급히 구름 뒤로 숨어 버렸다. 내가 맞설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구름 무리를 방패 삼아 자신의 힘을 또 은근히 과시한다. 나한테 질까 봐 그러는가 보다.


구름 위로 다시 떠오르는 태양은 또다시 일출 장면을 재연한다. 태양은 대단한 연출가다. 살금 살금 흰머리를 구름 위로 디밀고 방사형 빛을 사방으로 퍼뜨린다. 이제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태양의 정기를 눈으로 쑥쑥 받고 시력이 저하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색안경으로 눈을 가려도 태양은 눈부시다.


오늘은 왜 아침 댓바람부터 태양과 쌈질을 하고 있는지, 참. 싸움은 태양이 걸었다 뭐. 너는 종일 싸움을 걸어라 나는 내 할 일을 할 테니. 몇 시부터 일어나 꿀을 따는지 모르겠으나 태양이 떠오르기도 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작은 꿀벌처럼 나는 나의 일을 할 테다. 아침의 벌은 태양이 뭘 하든 지고 있는 라벤더 꽃을 부여잡고 꿀을 달라고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거무죽죽 물에 젖은 라벤더 꽃잎 사이로 보랏빛 작은 꽃을 찾아 분주하게 다녔다. 작은 벌의 아침 비행은 라벤더 꽃 사이에서 한들한들 바람의 일렁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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